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사진)은 새해 신년사에서 “앞으로 10년의 경영 환경은 과거와는 상상 이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알고 있던 경쟁 법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성장 키워드로 ‘협력’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SK스퀘어, SK텔레콤과 함께 SK ICT 3사 연합을 구성한 데 이어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맺기로 한 배경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전문가들과의 공조를 위해 올해부터 ‘인사이드 아메리카(Inside America)’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올해 신설된 미주 사업 조직은 최고경영자(CEO)인 이석희 사장이 조직장을 겸임할 정도로 힘을 싣고 있다. 이 조직을 주축으로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외에도 미국 서부에 연구개발(R&D)센터를 신설해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는 ‘글로벌 R&D 24시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게 SK하이닉스의 구상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을 눈여겨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전자·반도체 시장이면서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강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확실한 기반을 마련해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과 제품이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에 없던 제품과 시장을 개척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미래를 위한 대단위 투자를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최첨단 반도체 팹 4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용인 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50여 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입주 인력을 포함해 2만5000명 규모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의 경영 화두인 ‘파이낸셜 스토리’도 주요 목표 중 하나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양 날개를 탄탄하게 펼쳐 경제적 가치(EV)를 키우는 한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SV) 창출에도 힘쓴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고, 기업가치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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