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마다할 수요자는 없었다. 세종시 아파트를 받기 위해 9만명 가까운 청약자가 몰렸다. 특별공급(기관추천분 제외)에선 1만6800여명이, 1순위엔 7만200여명이 도전했다. 1순위 경쟁률은 '네 자릿수'를 기록해 작년 세종 최고 경쟁률을 추월했다. 8년 전 가격으로 분양돼 '3억 로또'라고 불리며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실거주 의무 기간이 없는 만큼 전세를 놓아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까지 가세했다.
세종 ‘로또 아파트’ 청약에 9만명 몰려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도램마을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 20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에 7만227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3511.35대 1이다. 해당지역엔 1만547명이 몰려 1054.70대 1을, 기타지역엔 5만9680명이 도전해 7021.70대 1을 기록했다.지난해 7월 24만명이 몰리면서 주목받은 '세종자이 더 시티'의 경쟁률을 뛰어넘었다. 이 단지의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 84㎡P 기타지역에서 나왔는데 2474.00대 1을 기록했다. △전용 93㎡A 기타지역 1255.00대 1을 △전용 84㎡A 기타지역 1085.94대 1 등이었다.
'도램마을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의 흥행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 14일 50가구를 모집하는 특별공급(기관추천분 제외) 1만6859명이 청약 통장을 던졌다. 평균 경쟁률은 421.47대 1을 기록했고, 가장 높은 경쟁률은 신혼부부가 14가구 모집에 8321명이 도전해 594.35대 1이 나왔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수요자에게 공급 물량의 50%를, 게다가 세종시 1년 미만과 전국에 있는 수요자에게 나머지 절반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전국의 이목이 쏠렸다.
‘큰 시세 차익’ 청약 흥행 배경
이 단지 청약에 수요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린 이유는 아무래도 ‘시세 차익’이 커서다. 전용 59㎡ 단일 면적을 분양하는데 분양가는 1억4126만~1억4333만원이다. 이 단지 전용 59㎡가 지난 1월 4억9500만원, 작년 12월엔 5억2000만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3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이 가능한 셈이다.분양가가 싸게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이 단지가 2014년 10월 공공건설임대주택으로 지어져서다. 임대의무기간이 지나 기존 임대인들에게 우선 분양 전환했고, 이후 남은 주택을 이번에 공급했다. 8년 전 정해진 확정 분양가로 올해 공급된 것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도시에 1억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25평형 아파트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실거주 의무 기간이 없다보디 투자자들까지 끌어당겼다. 당첨 이후 전세를 놓아 자금을 충당할 수 있다. 이 단지 전용 59㎡는 이달 2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지난달엔 2억1000만~2억6000만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또 다른 분양 업계 관계자는 "당첨 이후 전세로 세입자를 구해도 시세 차익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때문에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 역시 청약에 도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2014년에 지어진 단지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신축 단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사업 주체가 기존 입주자가 퇴거한 이후 주택을 보수해서 공급한다. 10년의 재당첨 제한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공공 분양이기 때문에 납입인정금액이 중요하다. 월용청약연구소에 따르면 일반공급 납입인정금액 예상 최저 금액은 세종시 거주자의 경우 1600만~1700만원, 기타지역은 2400만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공공분양에서 저축 금액이 월 최대 10만원까지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짧게는 13년, 길게는 30년 이상을 저축했어야 가능하다.
이 단지는 오는 22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도램마을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 공급 단지는 계약금 10%, 잔금 90% 조건으로 진행된다. 계약금은 계약 시에, 잔금은 계약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마련해야 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