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연일 내비치고 있다. 확진자 역학조사와 밀접접촉자 자가격리를 푼 마당에 ‘6인·9시’ 규제(최대 6명에 밤 9시까지 식당·카페 사적 모임 허용)를 계속 죄는 건 ‘비용(자영업자 고통) 대비 효과(코로나19 확산 방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늘고 있는 데다 오미크론발(發) 5차 대유행이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섣부른 거리두기 완화가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이런 모든 변수를 감안해 오는 18일 거리두기 완화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거리두기 완화하나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5일 “확진자가 5만 명 넘게 나오고 있지만 작년 12월에 비해 위중증 환자는 적고 의료 여력도 안정적인 상황”이라며 “사회·경제적 피해를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지 등을 감안해 (거리두기 조정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이날 오후 9시 기준 확진자는 8만5114명으로 밤 12시 최종 집계가 끝나면 확진자는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델타 전성시대’였던 작년 말 7000명대에 비해 10배 이상 많지만, 위중증 환자 수는 1000명대였던 작년 말의 30% 수준(14일 315명)이다. 이 덕분에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가 연일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버틸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최근 보건소가 실시해온 확진자 역학조사를 폐기하고, 밀접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 의무를 없애는 등 핵심 방역규제를 없앤 것도 거리두기 완화 가능성에 힘을 보태는 대목이다. “감염 가능성이 매우 높은 확진자 가족도 돌아다니게 해준 마당에 식당에 7~8명이 함께 들어가는 걸 막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씌운 ‘고통의 시간’이 너무 길어진 점, 국민의 방역 피로감이 극에 달한 점도 거리두기 완화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6인 이하 사적 모임 규제’(수도권 기준)를 시행한 게 작년 12월 초였던 만큼 70일 넘게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지속된 셈이다.
방역패스는 유지할 듯
변수는 최근 들어 고개를 들고 있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10일 이후 5일 연속(271→275→288→306→314명) 증가세다. 14일 사망자 수(61명)는 전날(21명)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오미크론이 전방위로 퍼지면서 고위험군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1월 넷째주 8.0%였던 60세 이상 확진자 비중은 2월 둘째주 11.7%로 상승했다. 정부 예상대로 이달 말 하루 확진자 수가 17만 명에 이르면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이에 비례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전문가의 예상처럼 오미크론 대유행이 3~4월까지 이어지면서 하루 3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부로선 부담이다. 완화하더라도 ‘8인·밤 10시’와 같이 사적 모임 인원수와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소폭 늘려주는 정도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방역패스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모양새다. 백신 미접종자를 보호할 수 있는 핵심 장치일 뿐 아니라 자영업자에게 주는 피해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손 반장은 “사망 최소화란 정책 목표와 비용효과성을 고려할 때 방역패스는 거리두기보다 유지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선아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