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피씨엘에 따르면 2021년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은 코로나19 진단키트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예상치 못한 문제들 때문이다. 원활한 계약 진행을 예상하고 제품을 많이 만들었지만, 이를 다 팔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건은 미국 유통기업 MTJR과의 문제였다. 피씨엘은 2020년 4월 MTJR과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 ‘PCL COVID IgG/IgM Rapid Gold Test’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규모는 계약금 770만달러를 포함해 1000만달러(약 120억원)였다. 이 중 10분의 1인 100만달러 규모의 제품만 공급됐다.
당초 계약 규모에 맞춰 원재료를 확보해놨지만, 공급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제품 판매 한 달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항체진단키트의 미국 판매를 위해서는 긴급사용승인을 받도록 규정을 변경하면서 MTJR은 이 제품을 코로나19 진단용으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기존에는 FDA 판매목록(FDA Registration and Device Listing)에만 등록돼 있으면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지난해 MTJR은 이 문제를 가지고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요청했다. 피씨엘의 항체진단키트 성능에 문제가 있어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MTJR이 피해를 봐 손해를 보상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제품을 가져갈 당시 MTJR이 자체적으로 성능평가를 했기 때문에 성능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또 계약서상 FDA 인허가는 MTJR이 해야 했고, 공급계약을 맺을 당시 MTJR은 FDA의 기준이 바뀔 것을 이미 알고 직접 인허가를 준비하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동유럽 국가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2020년과 2021년 두 국가와 공급계약을 체결해 요구받은 물량을 생산했는데, 중간에 가격을 낮추거나 물량을 줄인 것이다. 정부의 방역 방침이 바뀌거나, 키트를 사용하려던 정부 행사가 미뤄졌다. 정부와의 계약에 야당이 문제를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써 이들 문제에 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또 다음 거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여러 외교채널을 통해 협상은 시도했지만 전액을 모두 보상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2022년 다시 영업흑자 달성할 것"
올해는 다시 영업흑자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수익성 개선 방안도 여럿 마련해놨다. 우선 지난해 피씨엘을 애먹인 국가들과 추가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재고를 최대한 줄인다는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 및 해외 다국적 기업과도 병원용 코로나19 항원진단키트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MTJR에 넘긴 항체진단키트는 코로나19 진단 외 다른 용도로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김 대표는 “백신 접종 후 중화항체 생성 여부 측정 등 다른 용도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씨엘은 MTJR에 손해배상도 요구 중이다. 김 대표는 “MTJR와 맺은 계약이 구속력이 있는 ‘바인딩 계약’이었기 때문에, MTJR이 임의로 축소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기 위한 중재요청을 국제중재법원에 제기했다”며 “명백한 계약서가 있기 때문에 MTJR 측에서 돈을 물어내야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에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도 도모한다. 지난해 7월 자동화 공정을 갖췄다.
혈액원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투자를 받아 중국 합작회사도 설립했다. 이 외에 디지털 헬스케어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회사의 품목을 다양화할 방침이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