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즌이다. 밀도 높은 정치의 계절이다. 매우 소중한 시간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을 아젠다로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되돌아보며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며, 문제 해결을 고민하면서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대선 후보 1차 TV토론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연금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사실 지금의 국민연금은 ‘386 연금’이다. 386(60년대 태어난 80년대 학번)들 생애주기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으로 대한민국의 세대 착취를 대표하는 문제다. 하지만 아쉽게도 당선 가능성이 큰 양대 정당 후보는 이 문제에 소극적이다. 눈치만 보면서 확답을 회피했다. 극단적인 출산율 저하와 기형적 인구구조를 생각하면 연금 문제는 정치가 해결을 서둘러야 하지만 외면하고 있다.
연금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서민들의 목을 조르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바구니 물가’다. 쌀을 비롯한 곡물, 그리고 채소, 과일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선진국들보다 훨씬 비싸다. 왜 이렇게 장바구니 물가가 비쌀까? 유통구조와 중간 상인들의 횡포? 좁은 국토와 면적보다 기형적으로 발달한 유통단계 구조의 문제? 아니다. 농촌에 대한 과잉보호와 극악의 생산성 때문이다.
수입쌀에는 막대한 관세가 붙는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수입쌀에 붙이는 혹독한 관세를 자기 치적처럼 자랑한다. 쌀 아니고도 농촌 보호를 위해 무겁게 관세를 매기는 품목이 많다. 수입을 활성화해 도시 서민들이 싸게 과일과 채소, 유제품을 섭취하게 하는 것은 어떨까 싶지만, 소선거구 제도하에 도시보다 과잉 대변되는 농촌의 표심이 무서워 엄두를 내지 못한다.
노인들 중심의 소농경제는 생산성이 극악이다. 기업이 들어가 토지를 대대적으로 매입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할 것이지만 규제로 인해 상상도 할 수 없다. 도시 수경재배를 통한 청년들 일자리 창출도 대안으로 생각할 법하지만 역시나 농촌 보호라는 허명과 소선거구제도라는 장벽이 있다.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농촌과 농민은 무조건 선량한 약자인가?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피해자이기에 보조금과 규제, 기업 진입 불가란 장벽을 통해 보호해줘야 하는가? 왜 도시 서민과 빈민들이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농산물과 과일 등을 사 먹고 사실상 강매당해야 하는가? 농촌과 농민은 경로사상과 효심의 투영 대상이고 도시 서민과 빈민들이 직간접적인 착취를 당해야 하나? 도시 서민과 빈민의 삶이 농촌 거주민들보다 풍족하고 안정돼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시설이든 연구든 농업 부문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보조금이 상당한 수준인데도 계속 농촌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옳고 중도매상 유통종사자를 손쉽게 악마화하는 게 옳은 일일까? 중간상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언제까지 농촌, 특히 농촌의 유지들을 위해 그저 도시 서민들이 희생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대안을 모색하면 어떨까. 기업의 농업 진출 허용, 농산물 수입 자유화, 관세 철폐, 도시 수경재배 허용 등을 통해 농산물 가격을 낮춰보면 어떨까. 서울은 전세가 사라지고 자가가 없으면 대부분이 월세로 살아야 하는 도시가 됐다. 팍팍한 살림살이, 월세로 인해 가처분소득도 상당히 줄어들게 생긴 판국에 비싼 식료품 물가를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
관세를 철폐하고 기업농을 허용하는 대신에 농촌에는 기본소득과 연금을 주는 것은 어떨까? 기업농을 위한 토지 매매에 응할 경우 기본소득을 준다거나 기존에 지급되는 노령연금 액수를 올리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혜를 모으고 낭비되는 예산을 돌려 도시 서민, 빈민과 농촌 간 윈윈할 수 있는 대안과 전략을 찾을 수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선 시즌이다. 중요한 사회 문제들을 다뤄야 하는 시간이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을까? 장바구니 물가라는 중요한 문제가 아젠다화되고 대안들이 강구됐으면 좋겠다. 모두가 월세 사는 시대에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장바구니 물가는 서민, 빈민들에게 재앙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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