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코로나 쇄국정책’을 해제한다. 국제적으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진정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여러 국가도 방역 조치를 속속 완화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일본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다음달 1일부터 해제한다고 13일 보도했다. 작년 11월 초 입국 규제를 2년 만에 일부 완화했던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자 같은 달 30일 외국인의 입국을 다시 전면 금지했다. 2월 말까지인 입국 금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다음달부터 해제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방침이다.
외국인 37만 명 입국 못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의 방역 상황을 살펴본 뒤 기자단에 “방역대책의 골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본 지사로 발령이 나고도 장기간 입국하지 못하던 주재원과 유학생이 일본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출장도 가능해진다. 관광객의 입국은 제한된다. 일본 정부는 하루 입국자 수를 3500~5000명으로 제한할 계획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르면 이달 중 기업인과 유학생의 입국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장기체류 자격을 얻고도 일본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은 37만 명에 이른다.
현재 7일인 입국 후 격리기간을 3~5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코로나19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하고 출입국 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는 조건이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쇄국정책’의 빗장을 푸는 것은 국제적인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주일 미국상공회의소와 유럽비즈니스협회 등은 지난 3일 공동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에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한 입국정책을 조속히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세계 곳곳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에 장기간 입국하지 못한 유학생과 기능실습생의 항의 시위도 이어졌다.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NHK에 따르면 12일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6만8470명으로 전날보다 3만 명가량 줄었다. 지난주 내내 하루 9만~10만 명이던 감염자가 뚜렷하게 감소했다.
프랑스, 백신 접종 여행객 검사 안 한다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는 유럽 각국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12일(현지시간)부터 상점과 박물관 등 실내 공공장소의 입장 제한을 없앴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감염 후 완치된 사람만 실내 공공장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벨기에 정부도 오는 18일부터 나이트클럽을 재개장하고 술집 영업시간도 밤 12시 이후까지 허용하는 등 코로나19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한다. 12세 미만 어린이의 마스크 착용 의무와 의무 재택근무 규제도 해제했다. 룩셈부르크는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증명서를 제시하면 식당과 술집, 호텔, 스포츠 시설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식당과 술집의 영업시간 제한도 폐지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등은 앞서 방역패스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의 방역규제 조치를 해제하거나 완화했다. 프랑스는 12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외국인 관광객이 별도의 검사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으면 국적을 불문하고 프랑스에 입국할 수 있다”고 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국가를 3단계로 분류하고 입국 규제 조치를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한국이 속한 녹색 리스트 국가의 관광객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더라도 입국 시 PCR 검사와 자가격리를 하지 않는다. 단 입국 전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지난달 25일 36만6179명에 달했던 프랑스의 1주일 평균 확진자는 지난 9일 20만 명 아래로 감소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