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긴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 마감했다. 금리 상승에 더 취약한 코스닥은 2% 넘게 빠져 880선이 무너졌다.
다만 하락장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놨거나, 경쟁사의 악재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기업들의 주가는 비교적 가파르게 올랐다.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카카오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놨는데도 5% 넘게 상승했다.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4.22포인트(0.87%) 내린 2747.7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2.79포인트 낮은 2739.14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약보합권까지 회복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다시 힘이 빠졌다. 그나마 종가가 시초가보다 높은 게 위안거리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4644억원 어치의 현물주식과 3687계약의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752억원 어치와 728억원 어치의 현물 주식을 샀다. 프로그램 매매는 128억원 매수 우위였다.
이날 하락의 배경은 간밤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전년 동월 대비 7.5% 상승이 발표되면서 시장의 긴축 공포를 자극했다. 이에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의 금리도 각각 연 2%와 연 1.5%를 돌파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주요 업종 중에서는 철강·금속과 섬유·의복만 올랐다. 하락 업종 중에서는 의료정밀, 의약품, 화학, 건설업 등의 낙폭이 2% 이상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10개 종목 중에서는 카카오,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이 올랐다.
카카오는 남궁훈 대표 내정자가 전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회사 주가가 15만원이 되기 전까지는 최저 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한 데 더해, 이날은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처음으로 중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은 영향으로 5.04% 상승했다.
카카오는 향후 3년동안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5%를 현금으로 배당하고, 10~25%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모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한다.
SK하이닉스는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가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플래시 메모리 재료가 오염돼 생산차질을 빚게 됐다는 소식의 영향이 이틀째 이어지며 1.93% 상승했다.
전남 여수국가산단의 여천NCC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이 회사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은 6.82% 내렸고, 경쟁 납사분해설비(NCC) 기업인 대한유화와 롯데케미칼은 각각 6.13%와 2.75% 상승했다.
코스닥은 전일 대비 18.26포인트(2.04%) 하락한 877.42에 마감됐다. 이 시장에서는 개인이 2287억원 어치의 주식을 샀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254억원 어치와 1203억원 어치를 팔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본업에서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았던 위메이드의 급락세가 이틀째 이어졌다. 역시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내놓은 CJ ENM도 5.14% 빠졌다.
반면 에코프로비엠과 카카오게임즈는 각각 4.39%와 1.29% 올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00원(0.17%) 오른 달러당 1198.50에 마감됐다.
실적도 좋지 못했다. 카카오는 작년 4분기 10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시장의 기대치는 1500억원 수준이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