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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스포티파이 키운 '금손'…위기의 펠로톤 살릴 구원투수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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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식은 없어 보였다. 매출은 급감하고 주가도 급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동안 끌어모았던 이용자들도 떠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코로나19 시대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던 미국 홈피트니스 기업 펠로톤의 이야기다.

펠로톤은 월정액 홈피트니스 강의 등 코로나19 시대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때 ‘피트니스계의 넷플릭스’로 불렸다. 펠로톤의 가정용 러닝머신과 실내용 자전거는 코로나19로 피트니스센터에 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수요가 몰리며 ‘대박’이 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하면서 펠로톤의 실적은 악화됐다. 펠로톤 러닝머신에 아동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펠로톤 주가는 최고점 대비 한때 80%가량 폭락했다. 아마존, 나이키 등이 위기에 빠진 펠로톤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풍문을 제외하곤 주가를 반등시킬 만한 별다른 호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한 소식에 지난 8일 나스닥시장에서 펠로톤 주가는 전날보다 25.28% 급등했다. 실리콘밸리의 베테랑으로 통하는 배리 매카시(68)가 펠로톤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하게 됐기 때문이다. 카렌 분 펠로톤 이사회 의장은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실리콘밸리를 상징하는 기업들에 변혁을 일으킨 사람”이라고 매카시를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의 베테랑 경영자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을 권한다. 지금 주식을 사야 할지 아니면 내가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지 말이다.”

2018년 세계 1위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매카시는 실적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직장인 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에서 그가 일군 실적을 환기시키는 말이다. 2002년 1달러에 못 미치기도 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매카시가 CFO로 일하는 동안 20배 넘게 뛰었다. 매카시는 “이 질문에 당신이 확신을 갖고 답할 수 있도록 매번 노력할 것”이라며 “내가 은퇴한 이후에도 넷플릭스 주가는 10배 올랐다”고 했다. 자신이 경영진으로 합류한 기업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투자해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말이다.

매카시는 실리콘밸리의 베테랑 경영자로 꼽힌다. 다양한 산업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은 드문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패션기업 렌트더런웨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 체그 등의 이사회에서도 활동했다. 재무 전문가로서 이력도 화려하다. 음악서비스업체 뮤직초이스에서 처음으로 CFO를 맡은 매카시는 이후 넷플릭스에서 11년, 스포티파이에선 5년간 CFO를 맡았다. 1982년부터 8년간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에서 근무하는 등 투자은행(IB) 경험도 갖췄다. 펠로톤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인 크로스오버벤처스에 2011년부터 파트너로 합류해 2020년까지 일하기도 했다.
스포티파이·넷플릭스 증시 데뷔시킨 ‘미다스의 손’
매카시의 화려한 경력에서도 유독 돋보이는 기업은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다. 스포티파이와 넷플릭스가 증시 상장에 성공하고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 중 하나로 평가된다.

매카시는 1999년 4월 넷플릭스 CFO로 영입됐다. 1997년 설립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통해 DVD를 우편으로 대여해주는 기업이었다. 2007년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DVD 대여 사업에서 탈피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다. 당시 스트리밍 서비스는 느린 인터넷 속도, 낮은 화질 등의 문제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매카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넷플릭스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질이 개선될 때까지 DVD 대여 사업으로 고객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고 봤다. 2008년 3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넷플릭스는 온라인 영화 스트리밍 시장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며 “애플과 아마존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을 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2009년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는 DVD 대여 서비스 이용자를 앞질렀다. 매카시는 2002년 넷플릭스 기업공개(IPO)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매카시는 스포티파이 상장 과정에서 모험적인 시도를 했다. 당시만 해도 활용 사례가 드물었던 직상장을 택했다. 직상장은 전통적인 IPO에 비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가 기술기업 중 최초로 시도한 직상장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펠로톤 살리기’ 성공할까
매카시가 펠로톤을 수렁에서 꺼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버트 캘리 카네기멜론대 경영학 교수는 “추락한 펠로톤엔 금융 전문성을 갖춘 매카시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빌 밀러 밀러밸류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매카시가 경영하는 펠로톤이라면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밀러는 S&P500지수 상승률을 15년 연속 웃도는 이익을 내 유명해진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스포티파이, 넷플릭스의 성공을 이끌어낸 매카시의 경력을 높게 산다”고 말했다.

매카시 앞에 놓인 과제는 간단하지 않다. 그를 신임 CEO로 임명하는 동시에 펠로톤은 2800여 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전체 인원의 20% 수준이다.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항의도 빗발치고 있다. 매카시는 “이번 구조조정은 쓴 알약”이라며 “매출이 더 빨리 증가하거나 지출이 줄어들어야 펠로톤이 회생할 수 있다”고 했다. 펠로톤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8억달러를 절감할 계획이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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