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상장폐지를 두고 소액주주들과 한국거래소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거래소가 1년 8개월간 거래가 정지됐던 신라젠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주주연합은 지난 9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임직원들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나아가 신라젠 소액주주 측은 당시 심사를 주도한 심사위원장 A씨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내 중소형 제약사 경영진인 A씨가 동종업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하는 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기심위 위원장은 석 달 단위로 번갈아가며 위원장직을 맡는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신라젠 상장폐지와 관련해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달 18일 오후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를 열어 코스닥시장의 신라젠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은 신라젠 상장폐지 심사가 개최된 오후 2시 이후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 주가가 급락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심위가 개최되면 거래소 측의 기심위 보고, 회사측 소명, 기심위원간 토론 및 의결 순으로 진행되는데, 거래소 측의 기심위 보고가 진행되는 그 시각에 엠투엔 주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엠투엔은 1만285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1만3300원까지 치솟았지만 오후 들어 주가가 빠지며 전 거래일 보다 1450원(11.11%) 내린 1만1600원에 장을 끝냈다. 엠투엔의 주가 하락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도했다. 개인이 홀로 21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는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15억원, 3억4000만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신라젠의 상장폐지 공시는 이날 오후 6시께 공시됐다. 이를 두고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 결과 유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가 사전에 상장폐지로 방향을 잡은 것은 물론, 상장폐지 결정과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는 황당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통상 기심위에는 거래소 내부 임원 1명이 위원회로 포함될 수 있지만, 신라젠 소액주주들의 주장은 상장폐지 심사 제도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우선 거래소 이사장이 상장폐지 심사에 관여 하지도 않는데, 이번 고발은 당황스럽다"면서 "상장폐지 심사의 경우 외부전문가들도 모여 결론을 내는데 위원회 끝나기 전 어떤 형태로든 결론낼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부담을 느낀 거래소가 시간을 끄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만명에 달하는 소액 주주들과의 마찰이 적잖은 부담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거래소는 최대한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라젠 상장폐지 사유가 된 경영진 비리는 상장 이전의 문제로,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상장시킨 거래소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며 "신라젠 거래재개 여부를 두고 거래소 내부적으로도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신라젠의 최종 상장폐지 여부는 코스닥시장위원회(시장위)로 넘어갔다. 규정상 시장위에선 거래소 내부 임원 포함이 아닌 9명의 외부전문가로만 구성된다. 거래소는 오는 18일까지 시장위를 열어 신라젠의 상장폐지 또는 거래재개,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