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표현이지만, 사회는 ‘정글’이다. TV 드라마 속 직장생활이 온실이라면 현실에선 곳곳에 갖은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각종 사고가 자연스레 잇따른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교통사고처럼 삶에도 선을 넘는 사람들 탓에 빚어지는 ‘고통(苦痛)사고’가 있다.
《선 넘는 거, 습관이시죠?》는 사회생활에서 직면하는 각종 인재(人災)에 대한 대처법을 제시한다. 남을 깎아내려서 자존감을 찾는 동료,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상사, 호의를 권리로 아는 거래처, 거짓말하고 뒤통수 치는 부하 직원 등 허다한 사고 유발자들이 만들어내는 ‘고통사고’를 촌철살인의 위트있는 문장으로 그렸다.
사회생활에서의 ‘사람 스트레스’와 도로 위 교통사고 사이엔 공통점이 많다. 누구든 선을 넘으면 사고가 생길 수 있고, 나 혼자 조심한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생각보다 약하다. 사회생활도 운전처럼 경력이 길다고 더 잘하는 것이 아니건만, 나이와 이력을 무기로 앞세우는 이는 널렸다.
이처럼 삶의 운전대를 잡고 나아가는 길은 절대 평온하지 않다. 도로 위는 폭주족과 얌체 운전자, 무면허 운전자를 비롯해 사이드미러를 보지 않고 운전하는 이까지 속칭 ‘또라이’ 천지다. 얌체 같은 이들이 목적지에 더 일찍 도착하고, 양보하고 배려하면 상대방은 나를 만만하게 볼 뿐이다.
책은 현실에서 몸으로 ‘때우면서’ 익힌 사고 대처법을 소개한다. 클랙슨을 세게 울리는 걸 주저할 필요가 없다고 틈만 나면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는 길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다. 재기 넘치는 문장으로 쓰인 것은 회색빛 현실이다. 딴지만 거는 ‘빌런’과는 업무든 일상이든 최대한 엮이지 말고 가능한 한 피하자는 조언은 서글프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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