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일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찾아 “친노동이 친경제이고 친기업”이라고 말했다. 직능단체들과 연쇄 간담회를 열고 정책협약도 맺었다. 전날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 등에 대한 사과를 계기로 ‘배우자 리스크’를 일부 털어낸 데 이어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노동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노동자 출신이고 노동 존중 사회를 주장하다 보니 일부에서 ‘반(反)기업’이란 얘길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경기지사 취임 후 한 경제매체가 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가장 기업 친화적인 광역단체장을 조사했는데 이재명이 압도적으로 1등을 했다”며 “기업인들은 이재명이 가장 친기업적인 정치인이란 걸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의 지지를 호소하면서도 반기업이라는 선입관은 불식시키려고 한 것이다. 이 후보는 “흑 아니면 백, 내 편 아니면 네 편, 중간은 없는 양극단의 시대가 문제”라며 “흑백 말고 회색도 있고 빨간색도, 파란색도 있다. 양자택일만 있는 게 아니라 제3의 선택이 얼마든지 있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대한약사회 등 직능단체들과의 정책 협약식에서는 ‘위기에 강한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했다. 그는 “이런 위기의 시대, 국민이 어려움을 겪는 때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도자의 무능과 무지, 무책임은 죄악이자 재앙”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SNS에 경기지사 시절 중소기업 상생협력 지원 사례를 소개하면서 삼성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경기도는 2020년 12월 삼성전자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공장화와 특허 이전 등을 지원했다.
이 후보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가전 조립·반도체 공정 기술은 세계 최고인 데다 (삼성전자의 인력은) 아무리 많은 예산을 들여도 공공기관에서 구할 수 없는 고급 인력이었기에, 도내 기업들도 함께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전날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을 둘러싼 ‘삼성 탓 논란’ 이후 나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안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과 관련한 편파 판정 논란에 대해 “삼성이 사라진 지금 우리 선수들을 상대로 한 불공정 편파 판정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이날 68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전국 시·군·구에 파크골프장 한 곳 이상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달리 비싼 장비나 그린피가 필요 없고 체력적 부담이 덜해 어르신의 인기 만점 스포츠로 떠오르고 있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