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영화 속, 그림 속, 꿈. 설산에는 그 어떤 표현도 가능해요. 안전 수칙만 잘 따르면 초보자도 얼마든지 겨울산의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 1호 ‘등산 에반젤리스트(전도사라는 뜻)’로 활동하고 있는 김섬주 씨(사진)는 “산에서 보는 눈은 도심에서 보는 눈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10년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김씨는 산의 매력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산의 매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악회 중심의 어려운 ‘운동’이라는 이미지 대신 심신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면을 치유받는 수단으로서의 등산을 소개하는 게 그의 업(業)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3만6000명의 팔로워가 김씨의 등산기를 구독하고 있다.
1주일에 1회 이상 산을 찾는 김씨도 ‘설산’의 매력은 특별하다고 했다. “6년 전 소백산에서 1박2일 종주 산행을 했는데 첫날 엄청난 눈폭풍이 몰아쳤어요. 태어나서 경험하지 못한 무서운 자연 현상이었는데, 다음날 대피소에서 나오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어요. 하얗고 고요한 아침 설산의 모습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반드시 정상을 등반하지 않아도 설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씨는 “한라산, 덕유산, 태백산, 계방산, 선자령 등의 일부 코스를 선택해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설경을 즐길 수 있다”며 “체력 부담이 걱정된다면 1000m 고지에서 출발하는 계방산 운두령에서 ‘설산 탐방’을 시작해볼 것”을 조언했다.
단 겨울용 장비와 에티켓은 기본 ‘준비물’이다. 등산화, 아이젠, 스패츠(발등을 덮어주는 커버), 등산스틱, 여벌 양말은 기본이다. 김씨는 “발목이 높고 방수가 되는 등산화를 신어야 눈이 발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눈이 쌓인 오르막길은 체력 소모가 더 크기 때문에 아침 식사를 반드시 하고 중간중간 견과류, 다크초콜릿 등을 챙겨 먹는 등 에너지 섭취에도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끄럼 사고 등 안전 사고 위험도 있기 때문에 봄, 가을 산행보다 걸음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앞사람과 거리를 두고 것는 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자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 역시 설산 등반의 매력 중 하나다. “등산에는 ‘경쟁’이 없어요. 반드시 정상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 보세요. 횟수를 거듭할수록 자연 속에서 스스로 깨닫고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