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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새로운 출발선에 선 외국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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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복잡할 때면 산책을 즐긴다. 계절의 변화를 살피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곤 한다. 지난 주말 산책길, 가지가 앙상한 나무들과 달리 소나무만이 유난히 푸르렀다. 논어의 ‘세한지송백(歲寒知松柏)’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른 기상은 추운 겨울이 돼야 안다’는 뜻이다.

얼어붙은 세계 경기 속에 우리 경제를 소나무처럼 지탱해주는 두 개의 축이 연상됐다. 바로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외국인 투자)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에 이어 외국인 투자도 300억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는 수출과 연계해 우리 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한국은 록다운 없이 공장을 돌렸고, 한국에서 생산한 ‘K-제품’은 세계인의 신뢰를 얻었다. 지난해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와 세계지식재산기구 글로벌 혁신지수 아시아 1위라는 평가를 받은 한국의 혁신 역량은 글로벌 기업들을 한국 투자로 이끌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1962년 아세아자동차공업에 300만달러 첫 투자 신고가 이뤄진 이후 60년간 한국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함께했다. 우선 미래 첨단산업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투자가 필요하다. 핵심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소부장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투자 유치를 통한 소부장 생산기술 내재화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우리는 투자 유치를 통해 핵심 소부장 공급망을 강화하며 ‘글로벌 첨단 소부장 강국’으로 성큼 다가섰다. 미국의 보그워너를 비롯해 여러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가 미래차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투자를 선택했다. 또한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도 한국에 개발·생산시설을 구축했다.

다음으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풍력·태양광, 자원 재순환 분야의 외국인 투자 증가는 우리 경제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데 일조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은 산업 기반과 전문인력이 풍부하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 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산업 투자 유치다. 한국은 백신 분야에서 아직 해외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백신 원부자재 기업의 생산시설과 연구개발센터의 한국 투자는 우리가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한국이 첫 외국인 투자를 받은 지 60년이 됐다. 환갑(還甲)은 글자 그대로 ‘낳은 해로 다시 돌아왔다’는 뜻이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는 또 다른 60년을 준비한다. 외국인 투자와 함께 60년 세월 한결같은 소나무처럼 어떤 도전도 이겨낼 것이다. 한국을 더욱 더 튼튼한 투자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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