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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디즈니리조트(TDR·디즈니랜드와 디즈니시)는 일본인에게 해외여행 이상의 존재다. ‘꿈의 나라’ 여행을 고대하는 일본인에게 입장료 인상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본 TDR을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입장 인원과 입장료 증가의 쌍방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쓰고 있다.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꿈의 나라’
9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오리엔탈랜드는 전날 대비 0.23% 떨어진 2만1780엔에 장을 마쳤다. 이날은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지만 전날에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높은 주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오리엔탈랜드는 최근 10년간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상승, 총 10배 오른 ‘텐배거’다.
오리엔탈랜드는 TDR을 운영해 돈을 버는 회사다. 하지만 미국 월트디즈니의 지분은 없다. 1983년 개장한 도쿄디즈니랜드는 미국 외에 문을 연 첫 디즈니랜드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프랜차이즈형 디즈니랜드다. 당시 월트디즈니는 미국 밖에서도 디즈니랜드가 인기를 끌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또 미국 내 두 번째 테마파크인 에프콧센터를 짓느라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이때 지바현 우라야스 매립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오리엔탈랜드는 월트디즈니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프랜차이즈 계약에 성공했다. 디즈니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자본 조달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1996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오리엔탈랜드는 월트디즈니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왔다. 도쿄역에서 전철로 15분만 가면 닿는 디즈니랜드는 들어가는 순간 일상과 완전 차단된다.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일본인들은 디즈니랜드 내 미국풍 건물에 둘러싸여 마치 해외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일본엔 TDR 방문 팁과 새로 판매하는 굿즈를 소개하는 잡지가 매월 발매될 정도로 TDR이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디즈니 개장 첫해 993만 명이 방문했던 TDR에는 코로나19 이전(2019년)엔 2900만 명이 찾는 인기 장소가 됐다.
문제는 방문자가 늘어날수록 월트디즈니에 내야 하는 로열티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오리엔탈랜드는 일본 사정을 감안해 영리하게 로열티 계약을 맺었다. 입장료의 10%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대신 굿즈와 음식 판매 수입에선 5%만 내겠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어디를 갔다 오면 꼭 직장이나 아르바이트처에 다녀온 곳에서 파는 굿즈(오미야게)를 사서 돌린다는 점을 감안했다.
○방문자 증가, 입장료 인상 기대감
코로나19는 오리엔탈랜드에 시련을 안겼다. 2020년에 감염을 우려해 입장 제한을 한 까닭에 상장 이후 첫 적자(541억엔 영업손실)를 냈다. 2021년(2021년 4월~2022년 3월)에도 적자폭은 줄였으나 여전히 영업손실 58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다만 올해는 일상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 729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TDR의 존재는 대체 불가능한 만큼 소비자는 코로나19만 멎으면 TDR에 들를 것이기 때문이다. 흑자전환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은 입장료 인상이다. 지난해 오리엔탈랜드는 혼잡이 예상되는 시간대엔 입장료를 500엔 더 받는 변동가격제를 도입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방문자 1인당 매출은 1만4637엔(1월 집계)으로 2019년 대비 26% 증가했다.
이런 이유들로 오리엔탈랜드엔 저점 매수세가 꾸준히 몰렸다. 2020년 말에만 해도 시가총액 17위(6조1972억엔)였던 오리엔탈랜드는 2021년 말 14위(7조531억엔)로 올라서며 닌텐도(15위·6조9674억엔)를 꺾었고, 현재 10위(7조9394억엔)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눈높이를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메릴린치는 목표주가를 2만3000엔에서 2만3600엔으로 올리고 ‘매수’를 유지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