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사진)이 차기 하나금융 회장에 내정됐다.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금융 환경에서 10년 만의 회장 교체를 앞둔 하나금융은 그룹의 명실상부 2인자이자 굵직한 분수령마다 조직의 안정을 이끌어온 ‘덕장’ 함 부회장을 새 수장으로 낙점했다.
하나금융은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함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함 후보는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같은 날 임기를 마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2012년 취임 후 10년 만에 고문으로 물러난다.
함 후보는 은행권 ‘고졸 신화’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1956년 충남 출생인 함 후보는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1980년 서울은행에 입행해 주경야독으로 단국대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은행과 하나은행을 거치며 독보적인 ‘영업통’으로 거듭났고,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장 시절 부드러운 리더십을 인정받아 2015년 하나·외환은행 통합 이후 초대 KEB하나은행장에 깜짝 발탁돼 2019년까지 이끌었다. 2016년부터는 그룹 부회장을 겸직하며 하나금융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안살림도 맡았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함 후보는 조직 내 최고의 덕장으로 꼽히는 인물”이라며 “은행장 시절에도 현장에서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두 은행의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회추위도 함 후보가 안정적으로 조직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회추위는 “함 후보는 하나금융그룹의 안정성과 수익성 부문에서 경영 성과를 냈고 조직 운영 면에서도 원만하고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급변하는 미래를 선도적으로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함 후보의 회장 선임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던 법률 리스크도 회추위는 결정적인 변수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함 후보는 이달 25일 은행장 시절 연루된 채용 부정 관련 재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파생결합펀드(DLF) 제재 관련 중징계 취소 소송 결과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앞서 같은 사안으로 재판을 받았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각각 무죄와 승소 판결을 받은 만큼 판례가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1심에서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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