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사진)에게는 퇴근 후 시작되는 ‘제2의 직업’이 있다. 작가다. 기획재정부 공무원 시절부터 여유가 생길 때마다 원고를 쓰던 것이 어느새 그의 취미가 됐다. 유명 경제 이론을 소설로 풀어낸 경제학 도서부터 그린에너지, 명사들의 인생 조언집 등 분야도 다양하다.
조 부시장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책 100권 내기’를 주저 없이 꼽는다. 바쁜 시정 활동 중에도 10번째 저서인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을 펴낸 조 부시장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조 부시장은 “10년간 우리 산업을 바꿀 기술에 대해 국민이 제대로 알고 투자하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며 “올해는 제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한 웹툰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은 인공지능(AI),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 구독경제, 블록체인, 양자컴퓨터, 바이오테크와 유전자가위 등의 유망 기술, 즉 ‘빅테크’를 다루고 있다. 경쟁력 있는 기술로 부(富)가 이동하고, 고용이 창출되는 만큼 개개인이 투자 기회를 찾고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조 부시장은 “다수의 사람이 빅테크를 뉴스를 통해 보면서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작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잘 모른다”며 “개인의 삶과 연관지어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고 설명했다.
빅테크가 중요하다는 것은 언뜻 너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조 부시장은 “더 중요한 것은 개인에게도 공정한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빅데이터산업의 데이터 주권, NFT와 소유권 문제, 메타버스 내 경제활동 등 빅테크 경제에서는 개인의 경제 활동과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조 부시장은 기재부 시절에는 대외경제협력관, 국제금융정책국 금융심의관 등을 지내 ‘국제 금융통’으로 불렸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기재부 시절인 2013년부터다. 이때부터 거의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다.
“기재부 시절 제가 장관 연설문을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이걸 보고 제 상관이 ‘작가 한 번 해보지’라고 얘기한 게 책 집필을 시작한 계기였습니다. 처음으로 써본 작품이 유명 소설 속 경제학 원리를 풀어낸 《명작의 경제》였습니다. 기자가 취재담을 푸는 일종의 소설처럼 썼는데 첫 작품인지라 ‘썰 풀기’가 무척 어려웠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경제 관련 책을 주로 쓰고 있지만 그는 틈틈이 익명으로 소설도 연재하고 있다. ‘개미투자자’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한 웹툰도 제작할 계획이다.
조 부시장은 “미래 세대를 위해 공직이든 작가든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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