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을 계기로 불거진 한국과 중국 누리꾼들 사이의 '한복 갈등'이 미국 게임업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확산하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포츠 게임 '피파(FIFA)'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형 게임회사 '일렉트로닉 아츠(EA)'는 이달 초 시뮬레이션 게임 '심스(The Sims)'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피 루나 뉴 이어(Happy Lunar New Year)" 문구와 함께 한복을 입은 남녀의 캐릭터 이미지를 게시했다.
이를 본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을 입은 캐릭터들만 음력 설 게시물에 등장한 것에 항의하며 게임 불매 운동을 벌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게시물에 한복만 등장한 것을 보고) 매우 실망했다. 동아시아에 음력 설을 축하하는 국가들이 많지만 고대 중국 문화 영향을 받았고 음력 설은 중국에서 유래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인 이름을 아이디로 사용하는 또 다른 누리꾼은 "심즈4 정식 게임을 산 게 가장 후회된다. 해적판을 사용해야 했다"며 불매 의사를 나타냈고,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반면 다른 누리꾼들은 "음력 설은 중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음력은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됐는데 왜 이것이 중국에 속한다고 생각하나" "나치와 다를 게 없다" "달도 중국 소유냐. 너무 깊이 세뇌돼 보기 민망하다" 등의 반박을 내놓는 등 댓글만 1만4000개가량 달렸다.
반면 미국 패션지 '보그'는 한복풍 의상을 중국 전통 복장 '한푸'라 소개했다가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보그는 이달 초 인스타그램에 한복풍 의상을 입은 중국인 유튜버 '스인'(Shiyin)의 사진과 함께 한푸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특히 중국인 유튜버 스인은 지난 2년간 "한국이 항상 중국의 영향권에 있었다. 한복 역시 그런 문화적 영향을 받은 복식"이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린 바 있다.
한 누리꾼은 "한푸가 아니라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이라며 "전 세계 보그 팬들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확인한 뒤 바르고 공정하며 정확한 정보를 공지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수의 중국 누리꾼들은 "한푸에 관심을 가진 보그에 감사한다"며 옹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보그의 이 같은 행태를 "중국의 홍보 대행사로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크는 또 '한푸'라고 소개한 보그 사진에 중국에서 후원받았다는 뜻의 'Sponsored by China' 문구를 넣은 비판 포스터를 제작했다. 아울러 이 포스터를 내세워 시정을 요구하는 글로벌 청원도 제기했다.
지난 4일 개최된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56개 중국 민족 대표 중 한 명으로 등장했다. 조선족 등 소수민족 대표로 한복을 입을 순 있지만 '동북공정' 같은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를 거론하며 '한복공정'이란 비판도 흘러나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