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을 장기 복용하면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은 만성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간 처방받은 환자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복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제학술지 ‘순환’ 7일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고혈압 병력이 있는 110명의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눠 한 군은 하루 4번 1g 용량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다른 군은 위약을 2주간 처방했다. 처방된 약물의 양은 만성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수준이다. 그 결과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받은 환자의 경우 수축기혈압이 평균적으로 약 5mmHg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껏 아세트아미노펜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를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진통제로 인식돼 왔다. 그런데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세트아미노펜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을 약 20% 가량 높일 수 있다. 이는 NSAID와 유사한 수준의 위험성이다.
연구진은 고혈압 환자나 심장병, 뇌졸중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 있는 환자의 아세트아미노펜 장기 처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안 매킨타이어 에든버러대 임상약리학 교수는 “고혈압 환자와 진료를 보는 의료진 모두 아세트아미노펜에 대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안전하다고 알려진 약물도 지속적인 복용에 대한 안전성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