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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 돈 없는데 어쩌나"…'대출 절벽' 내몰리는 저신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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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가 낮고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넘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가계대출 총량규제 강화로 제도권 금융사로부터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면서다. 합법적 대출의 최후 보루로 여겨진 대부업에서조차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을 선호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직장인 대출' 취급액 중 NICE 기준 신용점수 600점 미만 저신용자 비중은 지난해 12월 기준 0.3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달 1.33%보다 1%포인트 넘게 줄어든 수치다. OK저축은행 '마이너스OK론'도 같은 기간 저신용자 취급 비중이 2%포인트 넘게 줄면서 0.99%에 그쳤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데 이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도입된 영향이다. 금융사는 통상 차주의 상환능력에 따른 위험도를 산출하고, 이에 상응하는 대출 상품을 취급한다. 상환능력이 좋으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상환능력이 나쁘면 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개입으로 금융사가 취급할 수 있는 대출의 금리 상한과 공급량 자체가 줄었다. 때문에 상환능력이 낮은 차주에게 제공할 대출 영역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은행권에 대한 고강도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도 저신용자 대상 대출 규모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평균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 여력이 줄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7개 전업 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2.1~14.94%로 집계됐다. 12%대 평균 금리를 유지한 카드사는 하나카드가 유일했다. 조만간 카드론 평균 금리가 15% 선을 돌파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론의 조달비용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비용이 계속 늘면서 책정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인데, 이 경우 카드사들이 저신용자에 대출을 내줄 필요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법정 최고금리와 대출 총량규제로 취급 금리 상한과 공급량이 제한된 만큼, 위험성을 감수할 여력 자체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재원 조달을 위한 비용 자체는 계속해서 오르는데, 최고금리 인하 조치와 대출 총량규제로 금리 조정폭과 공급량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라며 "2금융권 입장에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정된 공급량과 제한된 금리 내에서 대출을 취급해야 하는 만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줄 금융사는 지금도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2금융권의 저신용자 대상 대출 규모가 향후 더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데 있다. 올들어 높은 수준의 대출 규제가 적용돼서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하향 조정한 상태다. 저축은행에 대한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지난해 21.1%에서 올해 10~15% 수준으로 강화됐다. 카드론 또한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포함되는 새로운 규제를 적용받는다. 카드사 가계대출 총량도 전년 대비 6~7% 이상 늘지 못하도록 제한된 상황이다.

아울러 합법적 대출의 최후 보루인 대부업마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의 영향으로 고금리 대출 영업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 대신 담보대출 비중을 늘렸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대부업계 대출잔액은 14조5141억원을 기록했는데 그중 담보대출이 51.9%, 신용대출이 48.1%를 차지했다. 담보대출이 신용대출 비중을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저신용자 중에서도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 담보가 있는 대상에게 대출을 취급하는 양상이 늘고 있단 의미다.

이에 저신용자의 급전 수요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사금융 업체가 차주들로부터 받는 평균 이자율은 연 50%에 이른 상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등록 불법 사금융 업체의 평균 이자율은 연 46.4%로 집계됐다. 이는 법으로 규정된 금리 상한선 연 20%의 두 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현재 금융시장 환경을 감안하면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지니는 심각성은 더욱 크다.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질 때 대출을 보유한 전체 가계가 내야 할 이자는 12조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소득이 줄어든 상태에서 상환 능력이 낮은 저신용자에 대한 이자 부담이 늘면, 가계에 미치는 충격은 배로 커질 수밖에 없다. 빚을 청산하지 못한 이들이 파산에 이르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뤄진 법적 최고금리 인하 조치와 대출 총량규제로 금융사별 역할이 불분명해지는 등 시장 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제도권 금융사의 저신용자 대출 취급 규모 축소, 더 나아가 저신용자의 사금융 유입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성 교수는 "시장 정상화를 위해 상환능력에 따른 적절한 대출 공급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정책 전반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며 "정에서 취약계층을 구제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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