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세 과세표준 체계는 1996년 이후 12년 만인 2008년 조정된 이후 다시 14년째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 과표 1200만원 이하 6%, 4600만원 이하 15%, 8800만원 이하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2012년 이후 1억5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층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고율과세 구간이 추가됐지만, 저소득층·중산층이 대부분 포함되는 8800만원 이하 과표구간은 그대로다. 이렇게 장기간 과표가 고정돼 있으면 소득 증가에 비해 소득세 증가분이 훨씬 커지는 ‘냉혹한 누진세 효과’가 발생한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임금이 제자리이거나 줄더라도, 명목소득 증가에 따라 더 높은 세율 구간에 편입돼 세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묘한 ‘약탈’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실제로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보면 2008~2020년 급여(세전)가 연평균 2.8% 증가한 데 비해 근소세(기본 인적공제만 전제)는 연평균 6.4% 늘었다. 근소세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이 기간 중 물가가 단순 연평균 2.2% 올랐음을 감안하면 과세당국이 얼마나 혹독하게 소득세를 거둬들였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처럼 과표에 물가 상승률을 연동시킬 것을 제안했지만, 기획재정부는 들은 척도 안 한다. 말로는 공정과세를 외치지만, ‘변칙 증세’의 단맛에 빠져 있는 탓이다.
관세청 또한 ‘갑질 세정’에 젖어 있기는 매한가지다. 수입업체들이 착오로 수입가격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했을 때 수정 신고를 통해 추가 관세와 가산세는 물리면서도, 정작 수정 수입세금계산서는 발급하지 않아 수입업체들이 환급받지 못하는 부가세가 매년 수천억원에 이른다(한경 2월 7일자 A1, 3면). 수입업체들은 수백만원의 법률 비용을 써가며 소송을 통해 부가세를 겨우 환급받는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는 작년에 6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로 ‘세수 풍년’을 누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 및 세율 인상이 가장 큰 요인이나, 근소세 관세 등의 변칙 증세도 일조했음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가난한 전업작가나 강사들에게조차 필요경비율은 대폭 낮추고, 세율은 두 배로 올리는 식으로 세금폭탄을 때리고 있다. 정부가 꼼수로 세금을 더 거둬갈수록, 납세자들의 억울함 또한 더 커진다. 국민을 분노케 하는 정부의 최고 악행이 가렴주구(苛斂誅求)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