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작가(34)는 지난해 작품 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작가 중 한 명이다. 2019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540만원에 팔렸던 ‘모리셔스섬의 일요일’이 지난해 9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20배 뛴 1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워낙 이례적인 수준의 가격 급등이라 미술계에서는 여러 뒷말이 나왔다. ‘경매장이 띄운 작가’라는 비아냥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컬렉터들은 김 작가의 작품에 열광하고, 경매에서는 그의 주요 작품이 1억원 넘는 가격에 팔린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파라다이스’는 이 같은 경매시장에서의 돌풍 이후 처음으로 열린 김 작가의 개인전이다. 전시장에는 그가 인도양 모리셔스섬의 풍경과 이곳에 서식하다 멸종한 도도새를 그린 신작 21점이 걸렸다. 그가 지금까지 그린 모든 작품이 실린 전작 도록 발간을 기념해 열린 전시로, 전시작은 판매하지 않는다.
그는 가나아트가 만든 프린트베이커리의 전속 작가다. 작품 제작과 전시, 판매 모두 가나아트와 가나아트가 설립한 서울옥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서울옥션이 주요 고객에게 보낸 설 선물도 김 작가의 호랑이 그림이 그려진 접시였다. 서울옥션의 오픈마켓 경매 플랫폼 블랙랏과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거래 플랫폼인 XXBLUE 홈페이지 첫 화면에 김 작가의 작품이 여러 차례 걸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요인을 단순히 소속 화랑의 마케팅 덕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김 작가의 작품에서는 선명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형상 못지않게 세련된 구도와 조형미가 돋보인다. 세로 162㎝, 가로 520㎝의 대작 ‘Paradise of Dodo’, 일본의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파도’를 오마주한 ‘The Great Wave Off Indian Ocean’ 등이 대표적이다.
김 작가는 “집안에 미술인 하나 없는 데다 재료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버려진 캔버스 틀을 주우러 다니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며 “미술계의 억측과 비판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스로도 정점이 너무 빨리 찾아왔나 불안한 마음이 들지만, 쏟아지는 관심만큼 더 좋은 작업을 내놓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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