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AA.28810503.1.jpg)
시공사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철근·콘크리트업계가 인건비·자재비 상승이란 이중고를 겪은 건 지난해 중순부터다. 세계 각국의 인프라 사업 확대로 글로벌 건설자재 수요는 늘어난 가운데 최대 철근 생산국인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철근 등 각종 자재값이 1년 새 두 배가량으로 치솟았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감소와 건설노조의 횡포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 겹쳐 철근·콘크리트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AA.28811495.1.jpg)
건물 기둥이나 보로 쓰이는 형강(HD형강)의 t당 가격은 지난해 1월 78만원에서 6개월 만에 120만원으로 올랐다. 주요 건설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 1월 초 9만3000원대로 상승했다.
건설자재값 폭등은 전 세계가 겪는 현상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겠다며 각국이 인프라 사업을 늘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게 핵심 요인이다. 세계철강협회가 예측한 올해 세계 철강 수요는 19억t으로 2020년(17억7000t)과 지난해(18억7000t)보다 많다.
이런 와중에 중국이 지난해 5월 철근과 형강 등에 대한 수출환급세(13%)를 폐지했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으로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자재비 폭등이 중소건설회사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건설사는 건설자재 업체와 직거래하지만 중소건설사는 유통업체를 끼고 이보다 30%가량 비싼 가격에 자재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2/AA.28811494.1.jpg)
철근공 노임단가는 같은 기간 18만9585원에서 23만6805원이 됐다. 코로나19로 외국인 입국이 감소한 탓에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력을 주로 의존하는 건설업계에서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양질의 젊은 인력이 택배·배달업체 등으로 대거 유출된 것도 건설현장의 인건비를 자극했다.
건설업계는 갈수록 커지는 노조의 횡포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철근·콘크리트업체를 비롯한 전문건설업체는 매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각 건설노조와 임금협약을 맺는다.
노조원은 협약에 따라 임금을 받고, 비노조원은 통상 이 임금의 90%를 받는다. 건설노조와의 임금협약 결과에 따라 인건비가 연쇄적으로 오르는 구조다.
지난해 철근·콘크리트업계와 건설노조가 협의한 형틀목수 일당은 23만5000원이다. 유급휴일 수당까지 포함하면 24만8000원으로 2017년 대비 34.4% 늘었다. 서울의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 임원은 “4년 전 전체 근로자 가운데 10~20% 수준이던 노조원 비중이 최근 70%까지 늘었다”며 “조합원을 쓰면 비조합원에 비해 일당은 더 비싼데 생산성은 절반도 안 돼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시공사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미 현장마다 인건비 상승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서 인상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공사와 하청업체 간 갈등이 품질 저하나 아파트 입주 지연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길성/장현주/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