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최신기술을 활용한 금융감독 업무를 뜻하는 ‘섭테크(Supervision+Tech)’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당국의 현장 검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금융사기 분석뿐 아니라 자문 목적으로 섭테크가 이용되는 빈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섭테크에는 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음성인식(STT) 기술 등이 활용된다. 가령 과거에는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 사고가 터졌을 때 감독당국 직원들이 텔레마케터들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중요사항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는지 녹취록을 일일이 들여다봐야 했다. 하지만 섭테크를 활용하면 AI가 수천~수만건의 녹취록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금융사가 제출한 업무보고서 등의 적정성을 판단할 때도 섭테크가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필수 사항이 누락됐는지 여부를 신속하게 가려내 주면 금융사 입장에서도 심사 지연 등으로 인한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광고를 모니터링하는데도 섭테크가 적잖게 활용된다.
금융 감독 사각지대 해소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섭테크를 활용할 경우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체들 간의 관계를 보다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다. 금융사들을 동류 집단으로 묶어 유사한 위험 측면을 가진 기업들에 대한 일관된 감독 체계를 갖출 수도 있다. 검사 프로세스 자동화를 통해 감독 인력을 더 중요한 곳에 쓰는 등의 인력 재배치도 가능하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검사가 어려워져 디지털 금융감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소비자들이 모바일 플랫폼에서 상품 가입을 하고 챗봇을 통한 금융 상담이 증가하는 등 금융산업의 주 무대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점도 섭테크의 활용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점도 섭테크 활성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섭테크 관련 데이터 분석 도구 숫자는 2019년 10여개에서 지난해 70여건으로 급증했다.
분석 툴이 많아지면서 최근 들어선 섭테크가 보고 및 사기 분석 과정뿐 아니라 자문 영역에서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신용과 시장, 유동성 등 관련 위험 평가와 금융사의 자본 적정성, 지배구조 등 이슈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섭테크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핀테크산업협회는 “자연어처리 도구는 감독자들이 방대한 문서로부터 기업 지배구조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또한 위험 식별 도구는 과소 충당될 수 있는 잠재적 신용 공여를 발견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