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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저감 성능 조작한 벤츠에 과징금 20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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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벤츠)가 자사 경유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성능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했다며 6일 벤츠 독일 본사와 벤츠코리아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02억4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가 2012년 4월 6일부터 2018년 11월 29일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16종류의 경유차엔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 유럽 및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충족하기 위해 극히 제한적인 인증시험 환경에서만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고,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 등 저감장치의 기능을 떨어뜨린 것이다.

2017년 9월까지 한국과 유럽은 자동차의 배출가스 성능을 점검·인증하기 위해 실내인증시험방법인 '유럽연비측정방식(NEDC)' 모드를 썼다. NEDC는 차량 외부 온도를 20~30도로 유지하고 냉난방 장치를 가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차량이 정해진 주행모드 및 속도로 약 1200초(20분) 동안 11km를 주행할 때 내뿜는 배출가스량을 측정한다.

벤츠는 인증시험 환경에 해당하는 20분 동안엔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했다. 하지만 차량 시동을 켜고 약 20~30분이 경과하면 소포트웨어를 작동시켜 SCR과 EGR 성능을 저하시켰다. 이로 인해 일상적인 주행환경에서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이 허용 기준의 5.8~14배까지 과다 배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벤츠가 이처럼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낮춘 것은 저감장치의 성능과 차량의 연비·출력은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배출가스의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추는 EGR은 작동률을 높이면 NOx 배출량이 줄어들지만, 추가적인 연료소비가 많고 엔진 출력은 떨어지게 된다. SCR은 NOx를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요소수를 분사하는 장치로, 요소수 분사량이 많아지면 소비자의 요소수 비용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벤츠는 일반적인 주행 조건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성능을 낮췄지만, 소비자에겐 저감장치의 성능을 사실과 다르게 거짓·과장해 광고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벤츠가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책자, 보도자료 등을 통해 광고한 내용을 보면 벤츠는 "NOx을 최소치인 90%까지 줄였다" "유로6 배출가스 규제의 엄격한 기준에 부합한다"고 광고했다.

벤츠는 또 2012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자사 경유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표지판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됐다"고 표시했다.

공정위는 벤츠의 경유차가 인증시험 조건과 같은 특정 환경에서만 표시·광고상의 성능이 구현된다는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만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공정위는 또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낮추는 소프트웨어 설치 행위가 불법 프로그램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대기환경보전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표시·광고의 거짓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법정 시험방법에 따른 인증내용이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점,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사업자인 벤츠의 브랜드 신뢰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오인효과가 더 컸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벤츠가 표시·광고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보고 벤츠코리아와 벤츠 독일 본사에 금지명령 및 위반행위 공표명령을 내렸다. 벤츠코리아에 대해선 과징금 202억400만원도 부과했다.

벤츠는 국내 승용차의 주행 90% 이상이 주행 시작 후 30분 이내에 종료되기 때문에 공정위처럼 30분을 초과하는 주행을 일반적인 주행 조건으로 보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국내 승용차의 30분 이상 주행도 하루에 400만 건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해 벤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입차 회사의 배출가스 성능 조작은 소위 '디젤게이트'로 불린다. 1차 디젤게이트는 2015년 9월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행위가 드러나 세계적인 문제로 불거진 사건을 말한다. 정부는 1차 디젤게이트 이후 발생한 5개 수입차회사(아우디폭스바겐, FCA, 닛산, 포르쉐, 벤츠)의 배출가스 성능 조작을 '2차 디젤게이트'로 명명하고 제재해왔다. 이번 벤츠에 대한 제재로 5개 회사에 대한 표시·광고법상 제재는 모두 마무리됐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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