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의 경우 눈으로 직접 보고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 때문에 온라인 식품 시장은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받던 시장이었다. 식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10% 초반대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높은 비용의 식품 물류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감당하며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진 기업도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트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소비자들은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을 찾기 시작했다. 온라인 식품 구매의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온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고 있으며, 이젠 온라인 식품 구매가 일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따금 필요한 것을 사는게 아니라 아예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 게 습관화된 소비자도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식품 시장 규모는 2020년 25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선식품 둘러싼 온라인 식품 플레이어 경쟁
온라인 식품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육류와 수산물 등 신선식품 시장의 빠른 성장이다.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은 과거엔 보관 및 배송이 쉽고,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는 즉석밥, 라면, 캔 등 상온 가공식품 중심이었다. 최근엔 기술과 인프라의 발달로 신선식품 및 냉장·냉동식품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선식품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주요 품목으로 부상하며 배송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신선식품 품질을 유지하는 핵심은 콜드체인을 기반으로 한 빠른 배송 시스템이다. 마켓컬리, 쿠팡, SSG닷컴 등 온라인 식품 시장의 주요 기업들 간 치열한 배송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수도권 인근에 저온 물류창고를 확보하고 냉장·냉동 차량을 이용해 제품 직접 배송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새벽배송·당일배송을 넘어 주문 상품을 2시간 이내 배송해주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로 속도를 차별화하는 2차 배송 전쟁에 발빠르게 뛰어드는 기업도 눈에 띈다. 빠른 배송 시스템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배달의 민족의 ‘B마트’, 요기요의 ‘요마트’가 퀵커머스로 경쟁하는 가운데, 롯데ON은 전국 롯데마트 매장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2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통업계 격전지, 온라인 식품 시장 승자는
온라인 식품 시장 경쟁은 기존 이커머스 기업들 간의 경쟁을 넘어 유통산업 및 식품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식품 시장은 이커머스 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백화점과 같은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모두 뛰어들었고 CJ제일제당, 대상, 풀무원 등 식품 제조 기업들도 D2C(생산자-소비자 직거래) 자사몰을 확대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온라인 식품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마켓컬리, 오아시스, SSG닷컴 등 온라인 식품업계 대표 주자들은 올해 기업공개(IPO)가 예정돼있어 상장 전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거래액과 매출액을 늘리는 외형 성장을 가속화하는 한편 각자 강점으로 내세우는 전략을 활용해 충성 고객 유지 및 재구매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온라인 식품은 물류 인프라에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비즈니스인만큼 성공적인 상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는 미래 경쟁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구매 후 섭취하면 사라지는 식품의 특성 때문에 반복구매 및 재구매율이 높다는 점과 식품이 일상에 필수적인 재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력 소비층 부상, 맞벌이 가정의 증가, 온라인 식품에 대한 신뢰도 상승 등의 요인은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식품 시장의 승기를 누가 잡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