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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통지서 한장이 1억짜리"…인사팀 직원들의 한탄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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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란 회사가 직원을 정당한 사유나 근거 없이 해고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간혹 누가 봐도 심각한 비위를 저지른 직원을 징계 해고했는데도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판사에 대한 비판이 뒤를 잇고는 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회사가 부당해고 과정에서 기본적인 '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해고통지서에 '구체적 사유' 안적으면 '부당해고'
근로기준법 27조는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소해보이지만 사업주들이 흔히 위반해 부당해고 판단을 받는 사유다. 그만큼 해고에 익숙지 않다는 의미기도 하다.

지난달 14일 대법원은 고등학교에서 기간제교원으로 근무하던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심을 뒤집고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A는 2015년 3월부터 기간제교원으로 근무해왔지만, 2018년 8월 학교 법인으로부터 근로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이나 발언을 해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A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되자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교육자로서 상당한 수준의 비위 행위임에도 1심과 2심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해 A의 손을 들어줬다. 이유는 '해고 사유'를 제대로 적지 않아서였다. 1, 2심은 "해고 통지서에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발언'이라는 축약된 내용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A의 행위가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고 사유는 징계를 받는 근로자의 방어권을 침해하지 않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돼야 한다는 게 그간 법원의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원심은 "해고 사유가 너무 간단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A가 이미 해고사유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 경우엔 징계 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징계사유가 다소 불분명해도 해고 정당성을 다투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며 "해고 통지 과정에서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해 원심을 파기하고 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또 다른 사건도 있다. 대법원은 한 회사가 해외 법인에서 근무하면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심각한 부정행위를 저지른 근로자 B를 해고한 사건이다. 회사는 해고 통지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서면통지서를 건네지 않고 회사 내부에서 B의 해고 건을 논의한 '회의록'을 B에게 교부했다.

1, 2심은 서면통지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B의 손을 들어줬다. 회의록은 정식 해고통지서도 아니고, 해고 사유를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뒤집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정식 해고통지서는 아니어도 근로자가 해고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사유를 알고 있다면 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사유가 축약적으로 기재돼있고 회의록 형식이라고 위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두 사건 모두 1, 2심은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간 우리 법원이 해고의 절차적 형식을 얼마나 중요하게 봐왔는지 알 수 있다.
◆"해고통지서 한장에 1억원"
'서면 통지' 위반도 부당해고 판단을 받는 단골 사유다. 문자·전화통보는 모두 안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 2015년 '이메일' 해고 통지도 서면 통지 의무를 준수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법원의 입장이 조금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도 가급적 정식 서면에 징계 사유를 충분히 적어서 상대방이 충분히 방어하고 해명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서면은 상대방에게 직접 교부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렇게 해고 과정에서 절차는 매우 중요하지만, 문제 직원을 빨리 내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신중한 검토 없이 징계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절차적 잘못으로 인한 부당해고는 사유를 보완하고 다시 징계 절차를 거치면 해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외적·표면적으로는 '부당해고'를 저질렀다는 압박에 내몰린 사업주들은 추가적인 이미지 타격 등을 우려해 근로자와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히 잘못이 큰 직원에 대한 징계였어도 한순간 절차상 실수로 입장이 뒤바뀌어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앞서 언급된 사건들처럼 1, 2심 패소 상태에서 대법원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회사가 입게 되는 무형의 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해 한 대기업은 전문자격증을 가진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해고 통지서에 해고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미 해고 예고 수당와 위자료도 4000만원 넘게 지급했지만 통지서 한장을 잘못 만든 실수 탓이었다.

회사를 대리한 변호사들은 "절차를 보완하면 해고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2년간 지속된 소송에 지친 회사는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과 위자료를 1억원 넘게 지불하고 합의했다. 대형 로펌을 사용한 선임료와 부당해고 기업으로 낙인 찍힌 무형의 손해는 별도다.

한동안 이 회사 인사팀 사이에서는 "해고 서면 한장이 1억원짜리"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 돌아다녔다. 웃어 넘길 일만은 아니다. 인사팀의 기본적인 역할이 이렇게 중요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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