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가 주가에 크게 반영된 뒤 찾아온 ‘건강한 조정’이라는 의견과 일시적 테마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메타버스 관련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확장현실(XR) 기기 등 기능을 개선한 하드웨어가 나오면 투자심리가 하반기 들어 회복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디어유 등 한 달 새 -30%
3일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는 자이언트스텝은 2.31% 떨어진 4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월 한 달 동안 34.64% 떨어지며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지난해 3월 24일 상장한 이 회사는 특수효과 광고 영상 기술을 앞세워 메타버스 관련주로 주목받았다.
위지윅스튜디오(-22.22%), 알체라(-23.11%), 디어유(-38.50%), 덱스터(-33.54%) 등 다른 메타버스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종목이 수두룩하다. 주가 하락을 막아줄 ‘실적 방패’가 없었다. 하락장에 취약한 성장주 취급을 받았다.
하반기 애플 호재
봄날은 다시 올까. 전문가들은 반등의 조건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금리 인상 등 수급 리스크 해소다. 단기 해결은 어렵다.두 번째 조건은 주가를 반등시킬 이벤트다. 하반기에 애플발(發) 호재가 예정돼 있다. 애플은 하반기에 차세대 XR 기기를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고해상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3차원(3D) 센싱모듈 등이 장점이다. 애플은 XR이 10년 내에 아이폰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메타버스 테마주 가운데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가 더 유망한 이유다. 실제 하드웨어 관련주는 1월에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 XR 기기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은 1월 한 달간 4.80% 떨어지는 데 그치며 시장 대비 선방했다. 삼성전기(-9.87%), 이녹스첨단소재(-10.62%), 비에이치(-7.55%) 등도 상대적으로 덜 빠진 종목으로 꼽힌다.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하드웨어 내에서 소비할 콘텐츠 또는 소프트웨어가 급속도로 보급되는 게 기술 발전의 공식이다. 소프트웨어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뒤따라 회복할 것으로 보는 근거다. 곽호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기대감만 있었다면 올해는 기업들의 메타버스 신사업이 시작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옥석을 가리는 과정에서 XR이나 여기서 소비될 콘텐츠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이점 올까
세 번째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경제의 출현이다. 유튜브 사례가 있다. 과거 구글 광고수익 창출 시스템인 ‘애드센스’와 결합하기 전엔 유튜브가 지금처럼 영상 플랫폼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수익이 창출되자 콘텐츠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NFT와 메타버스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올 ‘특이점’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에서 올해 974억달러 수준인 메타버스 시장이 2028년 829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애플에 이어 페이스북도 캠브리아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차세대 기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주가는 조정받았지만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은 차질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