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가계 대출금리는 3.66%로 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금 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예대금리차는 여전히 큰 격차가 벌어졌다.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예대금리차는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만큼, 1월엔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반영되면서 예대금리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체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66%로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체 가계 대출금리는 2018년 8월(3.66%)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63%로 2014년 5월(3.63%)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상승한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대비 0.14%포인트 오른 1.69%를 기록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보금자리론 비중이 축소되면서 전체적으로 대출 금리가 올랐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예금 금리도 올랐다.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는 연 1.70%로, 2019년 6월(1.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도 1.67%로 2019년 7월(1.71%)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55%로 지난해 11월보다 0.11%포인트 소폭 줄었다. 은행들의 수익성과 연관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1%로, 2019년 8월(2.21%포인트)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보였다. 대출금리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저금리로 받았던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의 만기를 연장한 뒤 대출 금리가 최대 2%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대출이자가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예대금리차는 0.16%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잔 기준으로 은행 업종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간 0.21% 상승했지만, 시장성 조달 금리는 0.03% 상승에 그쳤고 요구불 및 수시입출식 등 저원가성 예금이 견조하게 증가한 결과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간 예대금리차 확대는 조달 포트폴리오 개선의 공이 크다는 판단"이라며 "금리 상승과 자산시장의 초과수익률 하락으로 올해는 전년 대비 대출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본금리 상승과 수요보다 더 억제된 공급 기조에 따라 높은 대출금리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도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월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다는 점에서다. 기준금리가 오를수록 예대금리차는 더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를 올리는 사이,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보였지만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높아졌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8월 말 2.92~4.42%에서 1월24일 기준 3.89~5.65%로 금리 상단이 1.23%포인트나 높아졌다.
예대금리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관련 법안도 마련되고 있다. 최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예대금리차를 대통령령에 따라 정기적으로 공시토록 하고, 예대금리차가 증가하는 경우 금융위원회가 금리 산정의 합리성·적절성을 검토해 개선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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