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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안되니 리모델링…올 19兆 큰 장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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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19조원(발주 금액 기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나타났다. 리모델링 대상 단지가 많은 경기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가 노후화한 상황에서 주택 공급 부족,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등으로 리모델링 시장이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음달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업계 숙원인 ‘리모델링 특별법’ 통과 가능성도 한층 커졌다.
서울 이촌동, 일산 등 리모델링 뜬다
2일 한국리모델링협회와 리모델링업계 등에 따르면 공사비 기준 올해 리모델링 발주 규모는 전국적으로 55개 단지,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조3000억원에 머물렀던 발주 규모는 지난해 9조1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가량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성장세는 공급이 부족한 서울 등 수도권이 이끌고 있다. 올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23곳, 1기 신도시 등 경기권은 27곳이다. 수도권 발주 규모는 16조원으로 전체 시장의 85%에 달한다.

서울은 동부이촌동이 있는 용산구가 5곳으로 가장 많다. 강남(4곳) 서초(3곳) 송파(3곳) 강동(3곳) 등 강남권에서 연내 시공사 선정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동부이촌동에선 이촌코오롱아파트와 강촌아파트, 건영한가람아파트 등이 최근 잇따라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이 지역은 5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무산돼 사업이 오랜 기간 지체됐다.

건설업계에선 강동구 암사동 선사현대, 양천구 목동우성, 동작구 사당 우성·극동·신동아 등에서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권에선 고양시 5곳, 성남·수원·안양시에서 각각 4곳이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성남시 분당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사업이 일산 등 1기 신도시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고양시 일산에선 서구 주엽동 ‘문촌16단지 뉴삼익’이 지난달 26일 총회를 열고 일산에서 첫 리모델링 조합을 출범시켰다. 성남시 분당 매화2, 안양시 평촌 공작부영, 용인시 수지 풍산 등도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대선 앞두고 정치권도 관심 커져
건설업계에선 재건축 등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한 리모델링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1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29만 가구)가 재건축 가능 연한인 30년을 꽉 채운 데다 정비사업 규제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새 집에 대한 선호가 커질수록 리모델링 사업의 수익도 커질 수 있다.

대선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부동산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수직증축 규제완화 등을 통해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주먹구구식이던 법 체계도 정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주택법 건축법 등 그때그때 필요한 법을 적용한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6일 발의한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관한 특별법’은 여러 법에 분산돼 있는 규정을 한데 모았다. 앞으로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은 신축에 준용하는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허가’로 완화해 인허가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동훈 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여당에서 해당 특별법을 당 정책으로 공식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등 법 통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가 출범하는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집단행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편 다주택자를 겨냥한 취득세 중과 조치는 포스코건설과 리모델링협회 등의 적극적인 건의로 지난달부터 예외적용을 받게 됐다. 이로 인해 1000가구 단지 기준 약 50억원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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