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주식’ 시대 저문다
코스피지수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조정받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표면상 주가는 2600~2700이지만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만큼이나 심각하다는 뜻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요동치면서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금리 상승기에는 성장주가 약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플랫폼 등 성장주가 이끌어온 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증시 대비 더 크게 흔들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화탁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겹치는 상황인 만큼 ‘비싼 주식’보다는 ‘싼 주식’에 집중할 때”라며 “가치주, 배당주가 성장주보다 위험 대비 수익률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이 흔들려도 실적 안정성이 높고 배당을 꾸준히 주는 주식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필수소비재, 금융 등의 업종이 꼽힌다.
인컴·배당주로 눈 돌려라
실제 인컴형, 배당주펀드는 코스피지수나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평균보다 나은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인컴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지난달 25일 기준 -1.65%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6.42%)보다 나은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배당주펀드 평균은 2.52%로 오히려 플러스 수익을 냈다. 조정장에서 배당주펀드 수익률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최근 1개월간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상위 상품을 살펴봐도 조정장에서 배당주펀드가 돋보인다. 삼성 KODEX 보험 펀드는 1개월 수익률이 11.68%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다.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삼성생명, 현대해상 등 보험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메리츠화재가 올 들어 50% 넘게 오른 영향이 컸다. 키움 KOSEF 고배당 펀드는 1개월 수익률이 2.90%로 2위를 기록했다. 코엔텍, 삼성카드, NH투자증권 등 고배당주 20개를 추려서 투자하는 펀드다. KBSTAR 200금융 펀드도 1개월 수익률이 1.71%로 펀드 가운데서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한지주, KB금융 등 금융주가 주로 담겨 있다.
설정액 많은 EMP펀드 유망
상장지수펀드(ETF)를 모은 상품인 EMP펀드도 전문가들이 꼽는 ‘피난처’다. 개인들이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힘든 만큼 EMP펀드를 통한 초분산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MP펀드는 다른 랩어카운트 등 자산관리 서비스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빠르게 보유 종목을 매일 리밸런싱(변경)하기도 한다. 시장 변동성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는 이유다. 최근 3개월간 국내 EMP펀드로 445억원이 유입됐다.EMP펀드는 단기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통상 연 8% 내외의 중수익을 안정적으로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운용사 입장에선 설정액이 커야 지속적인 리밸런싱 등으로 효과적인 운용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설정액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국내 EMP펀드 중 가장 설정액이 많은 상품은 ‘IBK플레인바닐라EMP’로 지난달 25일 기준 설정액이 4011억원이다. ‘KTB글로벌멀티에셋인컴EMP’가 2212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두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1%, -3.5%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 넘게 빠진 것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