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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걸리던 '산지→마트' 하루로 단축…그날 안팔린 신선식품은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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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환 이마트 바이어(대리)는 최근 두 달 동안 서울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전국 산지에서 새로운 거래 농가를 확보하라는 특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달간 운전한 거리는 무려 2만㎞. 경북 상주·김천, 경남 함안·거창, 충북 영동 등지를 돌아다닌 끝에 200여 곳의 거래 농가를 새로 확보했다. 유 바이어는 “‘하던 대로 하면 되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다 죽는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유통혁명이 본격화된 후 대형마트에 비상이 걸렸다. 소비자의 온라인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마트의 강점이 더 이상 무기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품은 이미 온라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 생존을 위해서는 초신선을 넘은 ‘극신선’으로 맞불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대형마트의 최대 화두는 초신선식품”이라며 “소비자에게 최대한 빨리 전달하는 유통구조를 짜는 게 핵심 역량이 됐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온라인과 초신선 경쟁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도 1%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매출도 제자리걸음이다. 공산품에 이어 신선식품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높아지면서 대형마트는 외형 축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대로라면 팔 상품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 속에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유통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마트는 올 들어 수년간 거래하던 A벤더사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A사는 산지 수집상으로부터 생산물을 받아 자신의 냉장창고에 며칠간 보관하다가 다시 이마트 물류센터로 보내주는 역할을 했다. ‘농가→수집 상인→A사→이마트 물류센터→점포’의 유통구조였던 셈이다. 올해부터 이마트는 1000억원을 투자해 만든 프레시센터를 활용, ‘산지→프레시센터→점포’의 3단계 구조로 전환했다. 이후 산지를 출발한 신선식품이 매대에 깔리는 기간이 사흘에서 하루로 단축됐다. 마켓컬리 등 플랫폼의 초신선 공략에 자체 프레시센터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프레시센터를 통하는 농산물 비중은 2018년 26%에서 지난해 35%로 커졌다.

로컬푸드 또한 이마트의 대표적인 ‘초신선 실험’이다. 로컬푸드는 마트 인근지역에서 생산된 신선식품을 지역 점포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신선도는 높이고 물류비는 20%가량 줄였다. 로컬푸드 점포는 2019년 50곳에서 지난해 100여 곳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로컬푸드 매출도 같은 기간 6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급증했다.
당일 수확물 당일에만 파는 시대
수확한 당일에만 팔고 폐기하는 상품군도 늘고 있다. 롯데마트의 ‘오늘계란’이 대표적이다.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위해서는 분초를 다투는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 경기 광주 곤지암에 있는 양계장인 영일농장. 새벽에 낳은 달걀 200여 판이 오전 6시30분 수거돼 8시에는 광주영농조합에 도착한다. 30분 내에 세척과 선별, 포장 작업을 마친 뒤 9시엔 계란을 실은 트럭이 롯데마트 물류센터로 출발한다. 경기 오산의 롯데마트 물류센터에 달걀이 입고되면 다시 작업을 거쳐 낮 12시30분 배송 차량이 계란을 싣고 최종 배송지로 떠난다. 오후 1시, 늦어도 4시에는 전국 마트 매대에 깔린다. 양계장 수거 일곱 시간 만에 그날 새벽에 낳은 계란을 소비자가 만나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그날 판매되지 않은 달걀은 전량 폐기한다. 이전까지 30일이던 달걀 유통기한이 ‘초신선혁명’ 시대에는 단 하루로 줄어든 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반 계란보다 비싸지만 거의 폐기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신선식품의 산지 직거래 비중은 2019년 53.9%에서지난해 61.1%로 늘었다.

박한신/노유정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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