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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공포에 증시 '베어마켓' 진입…"2500까지 밀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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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주식의 적’이란 공식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최소 다섯 번 이상 금리를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자 아시아 증시가 동시에 얼어붙었고, 코스피지수는 17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추락했다. 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내주며 26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약 14개월 만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지난 1년여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셈이다.
코스피 낙폭 2018년 이후 최악

가파른 금리 인상은 주식엔 악재다.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국면이라면 얘기가 다르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세계가 시름에 빠진 현재 상황에선 주식 가치를 떨어뜨리는 금리 인상 신호는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조건이 무르익는다고 가정한다면 3월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발언하자 다음 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3.50% 하락한 2614.49에 마감됐다. 2020년 8월 20일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Fed가 긴축 신호를 보내자 외국인과 기관이 ‘패닉셀’에 나선 이후 17개월 만에 국내 증시가 가장 크게 요동쳤다.

대장주 삼성전자(-2.73%)를 비롯해 이날 처음 국내 증시에 데뷔한 LG에너지솔루션(-15.41%), SK하이닉스(-3.4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추락했다.

새해 들어 유독 국내 증시 낙폭이 크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코스피지수는 12.2%나 빠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위기의 전조가 아닌가 싶을 정도도 국내 증시 상황이 처참하다”며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0년 3월(-11.7%)과 미·중 무역갈등이 심했던 2018년 10월(-13.4%) 이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면서도 아직 하락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본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상으로 올해 국내 상장사 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가 150조~160조원 가량이라고 볼 때 PER(주가수익비율) 9배 수준의 현 코스피지수는 충분히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다만 심리적으로 여러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대 25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파월이 ‘결과를 보고 정책을 결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시장은 상반기 내내 물가·고용 발표를 기다리며 안도와 불안을 반복해야 한다”며 “물가가 충분히 꺾였다는 신호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본격적인 반등 랠리 타이밍이 좀 더 뒤로 밀리는 영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증시는 W자”
코스피지수가 2600선을 위협받는 수준까지 하락하자 저점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기 시작했다. 향후 상승장에 베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강남 큰손들은 “빠질 만큼 빠졌다”는 프라이빗뱅커(PB)들의 신호에 코스피지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 매수하기 시작했다. 고액자산가를 관리하는 한 PB는 “2600이면 지수상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없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몇몇 고객이 레버리지 ETF나 급락한 우량 실적주를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사라졌으니 실망할 것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피지수 그래프가 ‘W자’를 형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단기적으로 드러날 악재가 모두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볼 수 있다”며 “오는 3월 미국 중앙은행의 첫 금리 인상 시점을 기점으로 주가가 반등한 뒤 5월 양적긴축(QT)이 또 한번 증시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전고점 이상으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자금에 여유가 있는 이들은 전략적으로 일부 저점 매수를 할 지수대에 접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오른쪽 상승폭이 더 큰 나이키 로고 모양의 V자 그래프가 그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승 움직임을 확인하고 매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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