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면 약과’라는 말이 있다. ‘그만하면 다행’이라는 의미로 흔히 쓰이는데, 전통 과자인 ‘약과(藥果)’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약과는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워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제사상에나 올리는 귀한 음식인 약과를 손님이 먹고 다른 것을 더 탐하니 ‘차라리 약과만 먹으면 다행’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관용어에 등장할 만큼 친숙한 전통 과자인 약과가 최근 SNS를 타고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다. 온라인 약과 판매가 수초 만에 마감돼 ‘약케팅(약과+티케팅)’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고, 약과를 포함한 전통 한과와 떡 매출이 2019년 대비 2020년 110%, 2021년에는 124%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각 지역 명물 빵집이 SNS에서 ‘빵지순례’ 등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구 인기를 얻게 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런 인기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먼저 다른 제품과 차별화되는 맛을 꼽을 수 있다. 맛의 독창성이 담긴 조리법으로 특허를 받은 ‘굳지 않는 떡’, ‘튀김소보로 빵’ 등이 그 예다. 그리고 SNS로 한정 수량을 판매하고, 구매에 성공한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새로운 소비자를 유인하는 ‘영업방법’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검색하기 쉽도록 타 상품과 구별할 수 있는 ‘상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불국빵’, ‘떡찌니’처럼 제품의 특성을 잘 나타내면서 기억하기 쉽고 재미있는 상표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각 지역에는 막국수, 찜닭, 떡갈비 등 소비자에게 친숙한 수많은 전통 음식이 있다. 이런 전통 음식에 맛을 개선하는 기술, 고유의 브랜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영업방법 등 지식재산이 더해지면 인기 음식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지금은 동네 식당이나 작은 가게도 미디어나 SNS를 통해 전국적 인지도를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지식재산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포항 덮죽’이나 ‘춘천 감자빵’ 등의 사례에서 보듯, 소상공인은 특히 지식재산권 침해나 분쟁에 취약하다. 이는 단순히 대기업이 아니어서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식재산권 권리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허, 상표권, 디자인권 등의 지식재산권을 일찍 출원해 권리를 확보하는 일은 앞서 말한 기술, 브랜드, 영업방법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를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특산물이나 전통 음식을 적극 발굴하고, 지식재산의 권리화와 꾸준한 관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곧 설이 돌아온다. 약과처럼 더 많은 우리의 전통 음식이 지식재산의 가치를 더해 젊은이의 입맛을 사로잡고,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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