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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재고 5일로 뚝, 車·TV값 자극…美 "비정상적 가격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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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가 자동차 등의 공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이에 따른 자동차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상승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이다.

미 상무부가 25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따른 수급 불일치로 발생한 비정상적인 반도체 가격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힌 배경이다. 국내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발(發) 인플레이션 여파가 어떤 모습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쇼티지는 퍼펙트 스톰”

미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 가격 상승폭이 높은 부문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반도체 부족 사태를 ‘퍼펙트 스톰’이라고 표현했다. 반도체 공장 화재, 겨울 한파, 코로나19 등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는 뜻이다. 상무부는 “향후 몇 주 내에 반도체 제조공정에 특화한 문제 해결을 위해 업계와 접촉할 것”이라며 “이런 공정들에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높다는 주장에 관해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부족 사태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 의지를 밝힌 것은 반도체발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 원인 중 상당 부분이 반도체 쇼티지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0% 상승했다. 1982년 6월 이후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0.5% 올랐는데 중고차의 경우 같은 기간 3.5%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이 반도체 부족으로 지연되자 중고차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신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동차 평가업체인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신차 평균 판매 가격은 4만7077달러였다. 2020년 말(4만1335달러) 대비 13.9% 올랐다.

반도체 부족 사태가 올해 상반기 안에 끝나기 힘들다는 예상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상무부는 수급 문제가 향후 6개월 이내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을 전했다. 실제 반도체 칩 재고량은 2019년 40일치에서 최근 5일치 미만으로 떨어졌다. 의료 기기와 자동차에 사용되는 칩, 전력 관리와 이미지 센서, 무선주파수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 부족이 특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으로 불똥 튀나
미국 정부의 조사 방침에 국내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미국이 지난해 11월 세계 150여 곳의 반도체 제조 및 수요 기업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뒤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이번 조사 결과는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부족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반도체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며 “기업들도 반도체 수급을 위한 비용 압박에 시달리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을지도 관심이다. 미국 정부가 아날로그칩 부족 문제를 더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사양·고집적 첨단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가격이 급등한 것은 부담이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등은 지난해 약 30% 가격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판매량이 급증한 자율주행차와 전기차에 적용되는 반도체 수는 내연차에 비해 열 배 이상 많은 2000개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한번 미국 정부와 자료 제출을 두고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두 기업 모두 미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만큼 미국 정부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도병욱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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