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여야 거대 정당 심판론’을 꺼내며 제3지대 띄우기에 나섰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회동하며 외연 확장에도 속도를 냈다.
안 후보는 26일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 필승 전국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전국 선거대책위원장들을 모아 세를 과시하면서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다졌다.
안 후보는 “개인의 도덕성, 가족 리스크, 네거티브, 진흙탕 정쟁 같은 것으로 상대편 죽이기에 골몰하느라 국민을 불행에 빠뜨리는 거대 양당을 심판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에서 선거 구도보다는 인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저는) 돈을 벌어보고, 직원들 월급을 줘본 유일한 후보”라며 “다른 분들은 세금으로 나눠주기만 하면서 국고를 탕진했지, 채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싸잡아 공격한 것이다.
현 정권에 대해 “미친 집값, 미친 전셋값, 미친 세금, ‘내로남불’의 적폐 청산,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소득주도성장,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 정상적인 것이 단 하나라도 있나”라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제1야당은 정권교체만 부르짖고 있지만 정권교체 후에는 예전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날 반 전 총장을 찾기도 했다. 회동에서 반 전 총장은 “나라가 산산조각나 있고 분열돼 있으면 미래 희망이 없다”며 “안 후보께서 많은 비전을 제시해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안 후보는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가 대선의 제일 중요한 담론이 돼야 하는데 양당 후보는 언급을 안 한다”며 “네거티브, 발목 잡기만 하는 ‘동굴 안 개구리’”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가 여야 모두를 비판하는 동시에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네거티브 공방 등으로 인해 여야 후보의 비호감도가 높아진 틈을 타 지지 기반 확장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양당 체제를 비판하는 것과 별도로 자신만의 정치 색깔을 보여주는 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거대 여야의 정치 구도에서 안 후보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비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대선 막판으로 갈수록 (거대 양당으로의) 지지층 결집 현상이 심화되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는 이날 직접 작사와 피처링(다른 가수나 연주가의 노래·연주를 돕는 것)에 참여하고 노래를 부른 음원을 공개했다. 2030세대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앨범명은 ‘버티go, 공감잇기’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