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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 설 연휴 직후 사외이사 추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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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설 연휴 직후 사외이사를 추천하며 본격적으로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할 전망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이사회에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참여시키는 제도다. 지난 11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가 법제화된 흐름을 타고 KB금융에서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전반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민간 은행권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해외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는 주주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기은 노조, 설 연휴 직후 사외이사 추천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기업은행 노조)는 설 연휴가 끝나는 내달 초 복수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기 위해 후보군을 추리고 있다.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는 신충식 사외이사와 김세직 사외이사를 대체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기은 노조는 지난해 4월과 2019년에도 사외이사를 추천했지만 최종 선임되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은행장의 제청 후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 지난해에는 사외이사 2명의 임기 만료에 맞춰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3명 중 1명을 윤 행장이 제청했으나 금융위의 검증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에는 복수 후보 제청을 추진해 인사검증과정에서 탈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9월 수출입은행에서 노조가 추천한 이재면 해양금융연구소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첫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사례가 나왔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동이사제로 가는 ‘징검다리’로 분석된다. 근로자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인물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반면 노동이사제에서는 노조 대표가 사내이사로서 직접 이사회에 들어가 의결권과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노조 대표가 직접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는 공공기관은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총 5곳이다.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라는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정무위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종원 행장에게 “노조추천이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야한다”, “노조추천이사제가 국정과제인 만큼 의지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압박했다. 사외이사 임면권을 가진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관련해서 선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합리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가 운용되도록 살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움직임은 민간 금융권으로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KB금융 노조)도 지난 18일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할 뜻을 밝혔다. 현재 KB금융 노조는 소수주주권 행사를 위해 0.1% 이상의 우리사주에 대한 의결권 대리행사 위임장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건 다섯번째다.
◆외인 주주가 적극 반대
하지만 민간 금융권에서는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놓고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특히 외국인 주주들이 앞장서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2020년 11월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는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2명의 선임안이 출석률 75.3%에 각각 95.38%, 96.20%의 반대율로 부결되기도 했다.

현재 KB금융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71.0%에 달한다. 국민연금(9.77%)에 이은 2,3대 주주가 각각 JP모건(5.57%)과 블랙록(6.02%)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사실상 외국인 주주 전원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주의 이익과 노조의 이익이 상충되는 경우 자칫 노조에 정보를 흘리거나 유리한 방향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전환에 따른 지점 통폐합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김 전 부행장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KB금융의 해외사업에 대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사”라며 전문성을 배경으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김 전 부행장이 과거 수출입은행 노조위원장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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