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가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변화시킬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교육계의 화두도 단연 메타버스로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옛 페이스북), 애플 등 빅테크 기업과 게임사,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잇따라 ‘메타버스 인재 모시기’에 나서자 대학가도 메타버스 전문가 양성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을 설립한 서강대가 메타버스 교육 선발주자다.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은 오는 3월 개강을 앞두고 강의계획서를 만드는 등 수업 준비를 대부분 마쳤다.
○프로젝트 방식 수업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의 수업은 어떻게 이뤄질까. 현대원 서강대 메타버스전문대학원장(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생 스스로 깨우쳐 나가는 ‘휴리스틱(heuristic)’ 교육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교수가 강의하고 학생이 듣는 기존 수업 방식에서 탈피했다. 기업의 실질적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프로젝트 기반 교육(PBL)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 전문가와 교수, 학생이 한 팀을 구성해 팀티칭 형태로 강의가 이뤄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가져오면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해 팀을 구성한다. 이 팀이 한 학기 동안 결과를 도출하면 해당 회사의 임직원들이 결과물을 보고 피드백을 준다.
이런 수업 방식을 통해 학생 스스로 응용하고 해결 방식을 도출하도록 교육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안에서의 지식재산권(IP) 수익화 문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의 기술적 요건 등 산업계가 마주치는 문제와 관련해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결과물을 도출하게 된다.
현 원장은 “이상적인 수업 방식이지만 그간 재정 등 문제로 대학에서 실현하기 어려웠다”며 “새로운 시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명확한 지향점을 가지고 (수업 형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산학협력 체계 구축
메타버스전문대학원의 세부 전공은 △메타버스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 등 세 개로 나뉜다. 모든 학생은 전공과 관계없이 코딩, 콘텐츠 제작 등 개발자 역량 과정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개발자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한 인재 양성이 목표다.교수진의 이력도 다양하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아트앤테크놀로지, 컴퓨터공학, 경영학, 전략커뮤니케이션 등 5개 전공 분야 20여 명의 교수가 강의에 나선다. 산학협력 기반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외부 저명 전문가도 참여한다. 게임 개발사인 라인스튜디오 이정원 대표가 초빙교수로 합류했다.
기업의 실질적 문제 해결이 수업 목표인 만큼 긴밀한 산학협력 체계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서강대는 최근 SAMG엔터테인먼트,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캐리소프트 등 여러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 20일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와도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현직자 재교육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메타버스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위한 ‘S-Meta 최고위 과정’도 다음달 개원을 앞두고 있다.
○정부, 메타버스 인재 양성 지원
서강대 외에도 메타버스 교육기관이 추가로 생길 예정이다. 20일 정부는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53차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를 열고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1개 대학원당 최대 55억원을 지원하는 메타버스 융합전문대학원 두 곳을 신설하고, 180명 규모 메타버스 아카데미도 문을 연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 기업 재직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제공하겠다고 했다.석·박사를 대상으로 하는 ‘메타버스 랩’도 운영한다. 메타버스 솔루션 개발과 창업, 사업화를 돕고 실감미디어 분야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곳으로 2025년까지 17개를 신설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