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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전염 위기'의 귀환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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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력이 강해 다른 사람에게 쉽게 감염되는 질병을 전염병이라 하는 것처럼, 경제 위기도 때로는 다른 나라로 번져 나가는 전염 효과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역적으로 근접한 국가에서 위기가 연이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국가들은 국제무역이나 금융시장의 연계가 높아서이기도 하고 비슷한 경제적인 조건, 제도적인 여건, 정치 상황에 노출되는 공통적인 취약점이 해당 지역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미증유의 고통을 겪었던 1997년 외환위기 역시 전염 위기 가운데 하나로 본다. 당시 사태를 우리나라에서는 자금 지원을 제공한 국제금융기구의 이름을 따 흔히 ‘IMF 위기’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학계나 국제금융계에서는 대개 ‘1997년 아시아 위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의 여러 취약 국가에서 위기가 함께 발생하며 일종의 전염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7년 7월 태국 바트화 가치 폭락에 이어 곧 인도네시아 외환시장도 혼란에 휘말린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기업의 연이은 도산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던 우리나라도 그해 11월 국제신용기관의 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원화 가치가 무너지며 위기에 빠진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에, 아시아 지역 국가가 함께 위기에 휘말렸다는 차원에서 ‘아시아 위기’로 지칭된다.

해당 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무역이나 금융 거래를 통해 연계가 어느 정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 전이될 정도로 미국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 비해 위기 국가 상호 간에 높은 연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위기에 함께 휘말린 공통적인 취약점이 있는데, 당시 대출붐(lending boom)과 부실대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무리해서 통화가치를 지키려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도 있었다. 결국, 해당 지역에 문제가 발생하자 국제 투자자 관점에서는 이들이 비슷한 취약점을 지닌 국가로 간주됐고 자금 회수와 함께 위기에 휘말린 것이다.

당시 상황은 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부채 누적 가운데 고평가된 루블화를 유지하던 러시아로 1998년 위기가 번진다. 지역적으로는 떨어져 있었지만 역시 국제 금융 투자자의 눈에는 취약 국가의 공통된 특징을 지닌 국가였다. 그리고 고평가된 헤알화를 유지하던 또 하나의 취약 국가 브라질까지 위기는 확산한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통상 부문에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누적된 각종 부채 위험의 압박이 커져 성장동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중국의 취약한 상황이 위기 전염 효과로 우리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환경이 연출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취약성은 성장률 하락, 물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헝다 사태로 대표되는 부실 금융과 부동산 시장 위험,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재정건전성 악화, 현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여부를 결정하는 20차 당대회 정치 일정에 따른 경제정책의 정치화 문제 등으로 대표된다. 공교롭게도 각각은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국제 금융투자자 관점에서 중국 경제의 부진과 우리의 어려움이 하나의 공통선상에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더구나 1997년 아시아 위기 때 다른 위기 국가와 우리나라의 무역 및 금융이 연관된 정도와 비견할 수 없는 수준으로 한·중 관계는 훨씬 더 밀접하고, 국제 투자자 시각에서 한국과 중국은 거의 하나의 투자처처럼 밀접하게 연관된다. 따라서 국제 투자자의 자금 유출입이 두 시장에서 함께 움직이고, 한국과 중국의 대미 환율이나 자본시장 수익률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위기의 전염 효과가 귀환할 수 있는 현재 국제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중국 경제의 취약성과 차별화할 수 있는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중앙은행은 물가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통화가치를 억지 개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위험을 제어하는 가운데 정치 일정을 앞두고 각종 압력으로부터 재정 건전성을 지킬 수 있다는 확신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국제 투자자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997년 아시아 전염 위기의 악몽이 찾아와도 놀랍지 않은 상황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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