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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디지털 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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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주의자들은 3차원(3D) 가상현실 세계인 메타버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그다지 잘 대응하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진보주의자들은 미래의 가상현실 세계에서 쓸모없게 될 ‘정체성’ 싸움에 힘을 빼고 있다.

몇 년 전 슈두 그램이라는 이름의 흑인 여성 슈퍼모델이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열광적인 환영을 받았다. 이 슈퍼모델은 이후 백인 남성 패션 사진작가의 디지털 창작물로 밝혀졌다. 일종의 ‘디지털 휴먼’이다.

가수이자 인스타그램의 유명 인사인 릴 미켈라라는 인물도 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마케팅 회사인 브루드의 디지털 휴먼으로 밝혀졌다. 릴 미켈라는 브라질계 미국인이란 설정으로 디자인됐다. 미켈라는 이후 자신의 피부색은 인종 차별 문제에 깨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회사가 선택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 같은 발언 뒤에 미켈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미켈라는 300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그의 노래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지난해 미켈라가 타깃 맥도날드 같은 업체의 광고 캠페인에 활용되면서 연간 1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보도했다.

당신은 메타버스에서 어떤 인종 민족 성별이라도 선택할 수 있다. 심지어 무생물도 될 수 있다. 미래의 메타버스에서는 현대 진보주의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정체성 싸움에 얽매이지 않고 무엇이든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인터넷에는 이미 이런 가상인간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주가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이들을 포함해 소셜미디어에는 독특한 가명과 우스꽝스러운 사진들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 같은 온라인 상호작용이 3차원 공간에서 이뤄질 때 아마도 그 느낌은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스며들었을 때와 비슷할 것이다.
"정체성 스스로 선택하는 세상
성·인종 차별 문제 등 사라져"
웹사이트 버추얼휴먼닷오알지는 마케팅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인간들을 추적하고 있다. 지난달 29명이 추가로 확인돼 총 214명이 됐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미국 영화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은 최근 그녀의 가상 애완견인 클라이데오를 소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개인을 정체성 역사 계급 등의 문제에서 해방시키는 전통적 의미의 자유주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지금은 진보주의자들이 마침내 권위주의자와 결별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성과 인종은 메타버스의 필수 요소가 아닙니다. 이것들은 단순히 선택사항일 뿐이죠.”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투자회사 룹벤처스의 더그 클린턴 파트너의 말이다.

이제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블록체인 기술 등이 우리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명확해진다. 우리는 자신과 관련한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자아를 만들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상업적 이유로 먼저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가상 인플루언서는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통제하기도 쉽고 비용도 적게 든다. 스캔들 문제도 없고 심지어 늙지도 않는다.

메타버스의 무한한 공간에서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계급 구분 문제도 의미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온라인 세상에 참여하기 위한 헤드셋, 촉각 기기, 통신망에 대한 접근권 등이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먼 미래의 얘기일 수 있다. 이미 소규모 그룹들은 메타버스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백,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발전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Progressives vs. the Metavers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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