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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약·임플란트 건보 적용"…정말 연 1800억이면 될까?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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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각 당 후보들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금껏 대선 공약에서 볼 수 없었던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주장한 데 이어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까지 공약으로 확정하면서다.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의 경우 AP통신, 로이터통신 등 유력 외신까지 잇따라 보도하면서 관심을 보일 정도다.

취지는 좋다. 이른바 소확행 공약으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와 재원 등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이 후보가 반박 주장을 냈다. 두 공약 실현에 드는 추가 재정 규모가 연 1800억원 수준으로 소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 후보의 주장은 사실일까.

이 후보가 밝힌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에 따른 추가 부담액은 연 700억~800억원 정도다. 현재 탈모약 시장 규모가 1200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해, 건강보험 적용으로 약값 일부를 내주게 되면 국가 부담액이 연 770억원 내외에 그칠 것이란 추산이다. 위 계산식대로 이뤄진다면 공약에 따른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이 맞다. 2020년 기준 건강보험 재정은 약 75조원으로, 공약 실현에 따른 부담은 전체의 0.1%에 그친다.

문제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데 있다. 통상 특정 질병 치료 또는 약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요가 폭증하게 된다. 즉, 현재 탈모약 시장 규모가 아닌 수요 증가에 따른 예상 소비량이 핵심 근거로 사용되거나, 변수에 따른 추가 부담액을 더한 재정 규모를 추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약 1000만명으로 추산되는 탈모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 시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이 추가 재정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탈모치료제 한 달 약값은 4만5000원이다. 이 중 70%인 3만원 정도를 보상해 준다면 1년에 36만원"이라며 "1000만명 적용 시 연간 3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300만명 정도로 줄이더라도 1조2000억원의 재정이 들어가는 대규모 일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물론 민주당 주장과 업계 추산을 종합한 탈모 인구수 1000만명 또한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건강보험공단은 병원 치료를 받은 탈모 환자 통계는 공개하나, 일반 탈모인 현황을 집계하진 않는다. 여기에 탈모의 경우 약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적 고통 또는 통증이 이어지는 질병이 아니기에, 약 가격이 하락할 경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공약은 어떨까. 이 후보는 지난 19일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범위 및 대상 확대를 공약으로 밝히면서 "국가 재정 규모에 비하면 소액인 임플란트 비용은 (연) 1000억원 미만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치아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 확대 예산 추계치와도 괴리가 있다.

민주당 선대위 자료에 따르면,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공약을 실현하는 데 향후 5년간 총 2조4244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65세 이상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 임플란트 개수를 현행 2개에서 4개로 확대하는 데 연평균 391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2개 임플란트에 대한 본인부담률 30%, 추가 사안에 대한 본인부담률 50% 적용을 고려한 수치다. 건강보험 적용 임플란트 개수를 유지한 상태서 연령 기준을 60세로 낮추는 데에는 연평균 934억원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했다. 1년에 한 살씩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를 가정해서다.

결과적으로 이 후보가 거론한 1000억원의 4~5배에 달하는 추가 재정이 연간 단위로 소요되는 셈이다. 현재 임플란트 건강보험 연간 소요 재정이 약 65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매년 1조원 넘는 재정이 임플란트 지원에만 들어가게 된다. 다만 5년간 총 2조4000억원대의 건강보험 재정이 들 것이란 추계의 근거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수요 증가 등 변수에 따른 재정 규모 산출 여부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단 의미다. <한경닷컴> 취재진은 추계의 근거로 사용된 치아의료정책연구원 자료 공개를 요청했으나, 민주당 선대위 측은 내부 규정상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단 답변을 내놨다. 치아의료정책연구원 측 또한 내부 자료 공개 불가 입장을 밝힌 상태다.

두 기관 모두 자료 공개 거부의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공약 역시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과 마찬가지로 변수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재정 규모가 커질 수 있단 점에 대해선 인정했다. 이는 중증·희귀질환과 달리 생활 밀착형 질병인 탓에 공약 적용 범위 자체가 넓은 데 기인하는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탈모약, 임플란트 관련 공약 모두 변수가 많은 사안인 것은 맞다"며 "특히 수요 증가에 따른 인구수 변동에 따라 추후 공약 실현 시 투입될 재정 규모와 예산 추계치 간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정책 실현 단계가 아닌 대선 공약에 그치는 만큼, 소요 재정 추계에 대한 검증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사실 대선 공약이란 게 모든 추계치를 정확히 따지면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직 정책으로 시작도 안 된 공약일 뿐인데 일각에서 몇조원의 재정이 추가로 들 것이라 추정하는 것은 과한 우려로 본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선 공약 단계부터 보다 면밀히 산출된 재정 규모가 국민들에게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약 실현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이 늘게 되면 이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8년부터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2024년이면 적립금이 바닥날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이 충분치 않은 만큼, 필요 의료부터 충원하는 우선순위가 지켜져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2020년 기준 백혈병, 췌장암 등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내 건강보험 보장률은 82.1%에 그친다. 나머지 17.9%는 아직도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타깃 인구수가 많고, 중증도가 낮은 질병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 및 확대가 이뤄질 경우 수요가 폭증하는 현상은 따라올 수밖에 없다. 탈모, 임플란트 관련 공약이 수천억원 단위의 재정 부담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이유"라며 "국민 부담이 수반되는 만큼, 공약 논의 단계부터 보다 면밀한 재정 추계와 이행 계획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중증·희귀질환 등 생명과 직결되는 사안에 집중해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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