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을 맡은 화천대유자산관리 측에 2015년 5억원을 주는 등 이 사업에 깊게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돈의 사용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의 로비 대상을 일컫는 ‘50억 클럽’ 중 한 사람이다.
박 전 특검 측은 20일 낸 입장문에서 “화천대유 계좌에 박 전 특검 명의로 입금된 5억원은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가 박 전 특검의 인척 이기성 씨로부터 초기 운영자금으로 빌린 돈”이라며 “김만배 씨와 이기성 씨 간 자금 거래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김씨 등이 부탁해 ‘이기성→박 전 특검→화천대유’로 자금이 이체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전 특검은 선의로 (이 같은 자금 거래를) 승낙한 것으로 그 후엔 돈의 사용처나 정산문제 등에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인 김만배 씨와 정영학 회계사가 50억 클럽 로비자금 배분을 논의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박 전 특검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박 전 특검과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자금 전달 계획을 얘기했다. 이중 박 전 특검에 대해선 “우리 법인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 전 특검을 통해 들어온 돈”이라며 “(이)기성이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 계좌에서 화천대유 측으로 5억원이 흘러들어간 경위와 거래 이유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당 자금 흐름이 이뤄지기 1주일 전인 2015년 3월 27일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2015년 화천대유 설립 당시부터 이곳의 고문 변호사를 맡았다. 그러다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특검을 맡게 되면서 고문직을 그만뒀다. 박 전 특검의 딸도 화천대유 직원으로 수년간 근무했다. 이 딸이 화천대유 보유 아파트를 시세의 절반가량으로 분양받은 사실이 작년 6월 알려지면서 박 전 특검이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도 증폭됐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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