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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까지 팔아서 한국에 치료받으러 온다고? [이제는 K-의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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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잡앤조이=조아라 하이메디 매니저] 외국인 환자를 위한 원격진료 ‘프로모션’은 업계 최초였다. 참고할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가 전무했기에 기대한 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값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코로나19 이전에 한국을 찾은 몽골 환자들의 질환과 성별, 연령 등 방문 행태를 분석했고, 몽골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칩거하다시피 하며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일주일을 보냈다. 당시 한국어 보다 몽골어를 사용한 시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번역기를 통해 몽골 환자들과 소통한 시간이 더 많았을 정도였다.



그리고 다가온 원격진료 프로모션 D-day. 광고를 집행한 지 5분쯤 지났을까, 몽골 국적의 유저가 하이메디 플랫폼에 하나 둘 가입하기 시작하더니 1시간 만에 원격진료 예약 30건이 접수됐다. ‘다행이다’라는 안도감과 함께 ‘몽골에서 한국 의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격진료 요청 1600건 돌파
간암, 뇌종양과 같은 중증질환은 물론, 유전성 구상 적혈구증, 쇼이에르만병 등 생전 처음 듣는 희귀 질환의 원격진료 요청이 쏟아져 들어왔다. 특히 우리 가족을 제발 도와달라며 장문의 편지와 가족사진을 첨부하며 도움을 요청해오는 환자 가족들의 메시지를 볼 때면 눈물이 찔끔 났다. 현지에는 아직 최신 치료법이 도입되지 않았고, 장비들도 노후화됐기 때문에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 많다고 한다. 또 한국에서는 1cm의 아주 작은 절개 시술로 치료 가능한 질환도 10cm 이상 절개하는 대수술이 된다고 하니 당연히 우리의 도움을 기다렸을 수밖에. 그렇게 한 달간의 프로모션 기간 동안 무려 1,605건의 원격진료가 접수됐다.

이제 나의 다음 미션은 명확했다. 이들에게 최적의 한국병원과 의료진을 연결해 하루빨리 한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 주는 것. 그 첫 시작으로 환자와 현지 의료진, 한국 의료진과 통역사 4명이 모두 합심을 이뤄 원격진료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한국에서 가능한 치료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나눴다.

웃픈 이야기지만 몽골 내 원격진료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회사 페이스북에 ‘이건 사기야’라며 악플을 다는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원격진료를 받은 환자가 본인의 생생한 진료 후기를 인증해 가며 이 악플러와 댓글로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우리를 대신해 악플러와 싸워주다니 그만큼 원격진료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것의 반증이라 내심 정말 뿌듯했다.

원격진료 1호 환자 입국, “집 팔고 왔어요”
원격진료 프로모션을 통해 입국한 첫 환자는 전신성 혈관염인 ‘헤노흐 쉰라인 자반증’을 앓는 6살 몽골 여아였다. 몽골에서 1년 가까이 치료했지만 증상이 심해졌고, 치료에 필수적인 신장 조직 검사 자체가 불가능해 해외 치료밖에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그때 마침 하이메디의 원격진료를 통해 한국 치료에 대해 알게 돼 입국을 결정했다고. 아이의 가족은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몽골에서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친척과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왔던 어린아이는 두 달간 한국 치료를 무사히 받고 증상이 호전되어 몽골로 돌아갔다.

집까지 팔아가며 한국에 오는 환자들을 보며 이들을 위해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은 점점 깊어졌다. ‘환자를 더 많이 유치하자’라는 정량적인 목표가 아닌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병원과 의료진을 연결해 건강하게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또 본국으로 돌아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주변 분들에게 한국 의료서비스 자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아마 이것이 내가 일을 하면서 목표로 둬야 하는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조아라 씨는 한국의 대형 병원에서 5년간 마케팅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 하이메디에 입사했다. 현재 한국의 첨단 의료 기술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를 기획해 외국인 환자와 한국병원을 연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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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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