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체의 운임 공동행위를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양수산부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해수부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지난 18일 한국~동남아시아 노선에서 15년간 담합한 23개 업체의 제재 수위를 정했다고 설명했지만 해수부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운업계 공동행위 제재 권한과 관련한 해운법 개정 방향에 대해선 공정위가 해수부와 충분히 협의해 대안을 따로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해수부는 “합의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가 한국~중국, 한국~일본 노선의 공동행위까지 추가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두 부처 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9년 초 해운업계의 한~중, 한~일 노선 운임 담합 행위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정위가 한~동남아 노선의 운임 담합 행위를 2018년 12월부터 조사해 지난 18일 마무리한 것을 감안하면 한~중, 한~일 노선에 대한 제재도 올해 결론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해수부가 해운업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점이다. 해수부는 공정위가 한~동남아 노선 운임 공동행위와 관련해 23개 해운업체에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데 대해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해운업체의 운임 공동행위가 해운법 취지와 해운업계 특성에 미뤄봤을 때 위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해운업체들이 해운법에서 정한 공동행위 세부 요건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통한 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맞받아쳤다. 한~중, 한~일 노선의 담합을 두고도 양측의 충돌은 같은 양상으로 반복될 것이란 관측이다.
두 부처는 해운법 개정 방향을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공정위가 해운업계의 공동행위를 제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국회 논의에 대해 “해운업계에 무분별한 불법 담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그 대신 해운업계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하면 공정거래법으로 제재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해운법에 명시하는 쪽으로 해수부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도 18일 “해수부와 잠정적으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했다”고 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조 위원장 발언에 대해 “전혀 합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협의를 진행했지만 공정위가 한~동남아 공동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전원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논의가 전면 중단됐다는 게 해수부 주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공정위가 해운업계를 제재할 수 없도록) 기존 해운법 개정을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의진/김소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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