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의 을왕산 일대를 복합영상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아이퍼스 힐’ 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인천시 산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이달 안에 해당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부지조성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뒤늦게 사업참여를 요구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국공 “공공성 훼손 우려”
인천공항공사는 “아이퍼스 힐 사업이 민간주도로 진행되면 공공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사업 시행사 지분의 40%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최근 인천경제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은 민간사업자 SG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2018년 선정해 부지조성 계획을 마련해 왔다. 인천경제청은 지난달 사업시행사 명칭을 아이퍼스 힐 주식회사로 변경하고, 지분구조를 이미 확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난감해하는 분위기다.아이퍼스 힐은 을왕산 부지에 종합촬영스튜디오, 미디어 테마파크, 전시·컨벤션센터, 관광·쇼핑·숙박시설 등을 건립하는 개발사업이다. 사업비 2300억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까지 영상·지식산업단지와 관광시설 등이 들어설 부지조성을 마치기로 했다.
이 사업의 부지규모는 총 80만7733㎡로, 인천공항공사가 이 중 86%인 69만4632㎡를 소유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을왕산 일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공사 소유 부지를 보상·매입할 계획이었다.
을왕산은 원래 높이가 119m였지만 지금은 42m로 낮아졌다. 항공기의 안전운항 등을 위해 77m를 깎아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아이퍼스 힐 사업에 국내 유력 방송 미디어그룹의 참여가 확정됐으며, 영상기획 및 제작 관련 회사 50여 곳과 미국·일본기업들의 투자유치가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2~3월에 경제자유구역 신청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제청은 당혹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는 “을왕산 부지는 공항과 인접해 항공사업에 적합한 곳이기 때문에 토지만 매각하고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 사업시행사가 골재채취 및 개발이익을 독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인천경제청이 선정한 사업시행사 SG산업개발이 부지조성 및 개발 권한을 96% 이상 확보하고 있어서다. 공사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개발에 참여하면 사업의 공공성이 확보되고, 민간 주도개발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이퍼스 힐 주식회사에는 인천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자본금 60억원으로, 주요 주주는 SG(지분율 19%), 스튜디오테마파크(10%), 현해건설(40%), 아이엠지건설(31%)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을왕산 일대는 고도제한에 묶여 있어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못해 막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며 “2018년에 을왕산 주변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확대하는 안건에 대해 별도 의견이 없다는 공사의 입장을 확인한 바 있는데, 갑작스럽게 사업 참여를 통보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