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국내 항공사들이 억눌린 '보복 여행' 수요 잡기에 나섰다. 오미크론 확산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휴양 수요가 몰리는 하와이, 사이판 등 인기 여행지를 중심으로 항공기를 띄우는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4월 약 2년 만에 인천~하와이 노선 운항을 재개한다고 17일 밝혔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해당 노선 운항을 중단한 지 25개월 만이다. 아시아나항공은 4월3일부터 주 3회 운항 후 휴가철로 접어드는 7월부터는 매일 1회로 증편 운항도 검토하기로 했다.
꾸준한 수요 때문.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하와이 노선 운항을 재개한 후 인천~하와이 호놀룰루 노선 여객 수(유임고객 기준)는 월 55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해 7~10월 월 평균이 2230명임을 고려하면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1~2월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주5회 운항할 계획이다.
하와이는 인기 신혼여행지인 데다 필요 요건을 충족하면 별도 격리 없이 바로 입국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와이 입국 시 필요한 서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 영문 증명서와 미국 출발 하루 전 이내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서류 제출시 별도 격리 없이 하와이에 바로 입국할 수 있다. 귀국 시에는 오는 20일부터 출발일 기준 48시간 내에 검사한 PCR 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트래블 버블(여행상품권역)' 효과를 누리는 사이판을 향하고 있다. 트래블 버블로 국내 입국 시 자가격리가 면제돼 LCC들이 집중 공략에 나섰다.
에어부산은 오는 23일 부산~사이판 노선에 첫 취항한다. 매주 1회 부정기편 운항을 시작하기로 했다.
LCC 업계 1위 제주항공 역시 중단했던 인천~사이판 노선 운항을 오는 29일부터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판은 지난해 7월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여행자의 격리를 면제해 주는 트래블 버블을 한국과 처음 체결했다.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이 시행된 지난해 7월 말부터 사이판 패키지 상품이 본격 판매된 뒤 연말까지 8000명 넘는 관광객이 몰렸다. 새해에도 1월(29일 기준) 11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예약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국제선 여객 수송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각 LCC는 틈새 시장 찾기에 힘쓰고 있다. 안병석 에어부산 대표는 "오미크론 영향이 있지만 철저한 방역과 정부의 방침에 맞춰 김해공항 국제선 운항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월보다 82% 증가했지만 코로나19 본격화 전인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93% 급감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회복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자가격리 여파를 고려하면 수요회복 시점은 5~6월을 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