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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기계설비 1원"…눈물의 땡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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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은 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 시화 중고기계유통단지. 400여 개 매장 곳곳에는 비닐에 싸인 기계설비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각종 부품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공작기계인 범용 선반과 밀링머신, 연삭기, 절단기, 프레스 등이었다. 한 유통업체 대표는 “주로 내연기관용 자동차 부품업체의 폐업이 급증하면서 기계설비가 쏟아지고 있다”며 “수요가 없어 고철 용도로 팔려나가는 설비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중고 기계설비 거래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개인과 기업이 직접 등록한 기계설비 매물은 지난해 838건으로 2017년 사이트 개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의 784건을 넘어선 수치다.

이 공단이 운영하는 사이트에는 ‘고속금형가공기 9만9999원’ ‘15t 사출성형기 1000원’ ‘감속기 1원’ 등 헐값에 나온 중고 기계설비 매물이 즐비하다. 한 기계거래업체 대표는 “중고기계 유통사업을 30년 해왔는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지금처럼 매물이 많지는 않았다”며 “공장이 계속 문을 닫으니 매물이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계에선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범위가 확대됐고, 최저임금이 최근 5년간 42% 급등한 데다 원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제조업체들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공장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야근·잔업 수당이 사라지자 택배 배달시장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시화산업단지의 한 중소 제조업체 사장은 “정부 규제의 ‘잽’을 계속 맞다 보니 결국 ‘KO’(폐업) 당하는 분위기”라며 “요즘 주변 기업인들은 더 이상 제조업으로 돈 벌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부동산, 주식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의 1~10월 평균 가동률은 2020년 68.4%, 지난해 70.9%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73.4%) 수준을 밑돌고 있다.

노민선 중기연 연구위원은 “중소 제조업 환경이 악화한 데다 불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업종 전환이 이뤄지면서 기계설비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며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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