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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파트 무너지던 날 현장 감리자 있었지만…참사 못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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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수사하는 경찰이 “사고 당시 감리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설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감리자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사고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감리제도는 대형 붕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지속적으로 강화됐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시 감리자 있었다”
14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화정아이파크 감리업체인 A사 직원으로부터 “사고 당시 감리자가 현장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A사는 경기 용인에 있는 건축사무소로 2019년 화정아이파크 현장의 건축 담당 감리업체로 지정됐다. 이후 화정아이파크 현장에 감리 직원 8명을 보냈다. 경찰 조사에서 A사 감리 직원들은 ‘정상적으로 현장을 감독했고, 공사 진행에 필요한 감리 직원은 현장에 항상 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이런 진술을 증명할 관련 서류를 경찰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감리일지 등 관련 서류를 분석한 뒤 진술의 진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감리자가 감리계획서에 맞게 업무를 수행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경찰은 이날 광주지방고용노동청과 함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사무소와 감리사무실 등 세 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하청업체 세 곳을 압수수색했지만, 사고 현장 내부에 있는 현장사무소 등은 안전상 이유로 출입이 통제돼 압수수색을 못 하고 있었다.

이어 경찰은 HDC현산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직원 등을 추가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입건자를 늘리고 혐의도 추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허술한 감리 도마에
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장 감리의 허술함이 또다시 입증됐다는 지적이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현행 주택공사 감리제도는 1994년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건축주가 임의로 감리자를 지정했다. 이에 따라 객관적인 감리가 불가능해 부실공사가 잇따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행 제도상 사업시행자는 반드시 사업계획승인권자(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감리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감리자는 시공사가 계획대로 공사를 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공사중단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감리제도는 최근 수년간 부실 감리에 대해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여러 건설현장에서 부실한 현장 감리가 여전히 대형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차량 3대가 건물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 건축주가 철거업체에서 추천한 업체를 감리자로 고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감리자는 사고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이 감리자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2020년 2심에서 금고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감리일지 조작 의혹도 제기
지난해 6월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학동4구역 철거 붕괴 사고에서도 감리자는 현장에 없었다. 시행사인 재개발조합이 감리업체와 ‘비(非)상주’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현장소장, 감리자 등 철거공사 관계자 7명에 대한 공판에서는 “시공사인 HDC현산 직원이 감리자에게 일지를 평소에 작성한 것처럼 쓰라고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법조계와 건설업계에서는 “감리업무가 여전히 ‘깜깜이’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는 감리업체 지정 권한을 갖고 있지만, 감리업무를 제대로 하는지에 대한 감독이 부실하다는 얘기다.

감리계획서를 보고받는 광주 서구 등 지자체가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민석 법무법인 산하 대표변호사는 “공동주택 감리업무는 주택법상 건축사사무소 등이 맡기 때문에 이들이 감리업무에만 집중하기 쉽지 않다”며 “업체 성격상 시공사와 시행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감리를 엄격하게 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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