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대신할 ‘탈탄소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를 적절히 혼용하는 에너지 정책이다.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처럼 우주산업을 총괄할 항공우주청 설립 등 경남 지역 숙원 사업도 대거 공약에 포함했다.
윤 후보는 이날 경남 창원에서 열린 봉암공단 기업협의회 간담회에 참석,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정책 밑그림을 공개했다. 윤 후보는 “탈원전이라는 말 자체가 온당하지 않다”며 “탈원전을 탈탄소라는 개념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방향에 대해선 “원자력과 탄소가 덜 배출되는 LNG 등 화석에너지, 신재생에너지를 믹스해 탈탄소 로드맵을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비슷하지만 이 과정에 원전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윤 후보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선거대책위원회에서도 “차기 정부를 맡으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해 경남의 원전생태계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전날에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오는 4월로 예정된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소기업을 향한 공약도 일부 공개했다. 윤 후보는 “중소기업은 임금 문제에서 대기업과 격차가 많이 나는데 지급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처럼 기업에 (임금을) 더 주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직연금에 있어 기업과 본인만 부담하면 연금 자체가 적다”며 “재정 참여(지원)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취업을 독려하기 위해 퇴직연금 일부를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윤 후보의 공단 방문은 1박2일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일정의 첫날 행사다. 지난 6일 내홍을 봉합하고 선거조직을 혁신한 뒤 첫 지방 일정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과거 보수당의 텃밭인 PK 지역 민심이 흔들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이날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포함한 경남지역 10대 공약도 공개했다. 항공우주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경남 지역에 항공우주청을 설립하고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항공우주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대한민국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지난해 10월 경남 사천을 찾아 “대통령 직할 기구로 NASA와 같은 ‘우주전략본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 밖에 △진해신항 조기 착공 △모빌리티·바이오메디컬산업 지원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착공 △국립 의료복지타운 조성 등 공약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없었다.
창원=성상훈/좌동욱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