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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대신 명품 올인…사치 아닌 가치투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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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리던 B사의 시계, 질러버렸습니다.”

‘시계덕후’인 박준영 씨(38)는 지난해부터 고민한 B사의 정가 2400만원대 시계를 샀다. 백화점 상품권과 카드사 할인율 등을 꼼꼼히 따져 2240만원에 손에 쥐었다. 박씨는 “비상금과 연말 성과급으로 뭘 할지 생각하다가 셀프 선물을 주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나를 위해 언제 돈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0대 남성의 절반가량(50.8%)이 미혼일 정도로 혼인율이 떨어지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30대 ‘럭비남’(럭셔리·비혼·남성)이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우영미·발렌시아가부터 루이비통·구찌까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가 서울과 지방광역시 주요 백화점에 루이비통과 구찌, 보테가베네타 등 해외 패션 브랜드의 남성 매장을 잇달아 열고 있다. 배경엔 럭비남이 있다. 비혼, 비출산 등으로 30대 남성의 소비력이 높아지자 백화점이 이들의 마음 사로잡기에 나선 것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해 30대 남성 명품 매출 증가율은 평균 37.8%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의 명품 매출 증가율은 2019년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명품을 구매한 남성 소비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이를 정도로 젊은 남성의 명품 소비가 늘고 있다.

30대 남성 소비자는 클러치백이나 신발, 지갑 등 패션 소품류를 가장 선호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는 클러치백이나 지갑 등이 인기가 많다”며 “캐주얼하면서도 활용도가 좋은 스니커즈류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가 최근 3개월(지난해 10~12월) 동안 30대 남성에게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을 조사한 결과도 같았다. 구찌의 ‘해커 프로젝트의 트리플 S 스니커즈’(175만원)와 ‘라이톤 아이보리 레더 스니커즈’(130만원), ‘블랙 레더 파우치’(168만원) 순으로 많이 판매됐다.

컨템포러리(동시대) 브랜드라고 불리는 ‘신명품’도 인기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우영미나 준지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브랜드로는 아미, 메종키츠네, 꼼데가르송 등이 있다. 티셔츠 한 장에 30만~4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가격대가 높지만 재고가 없을 정도로 잘 팔린다.
남성 매장 확대하는 백화점
30대 남성의 명품 소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미혼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30대 남성의 미혼율은 2015년(44.2%)과 비교해 6.6%포인트 높은 50.8%로 집계됐다. 가족을 부양할 의무가 없는 미혼 남성은 자신을 위한 씀씀이가 커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생일이나 연말에 셀프 선물을 하기 위해 혼자 매장을 찾는 30대 남성이 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은 30대 남성의 소비 패턴을 반영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힙한 백화점에는 루이비통과 보테가베네타의 남성 전용 매장이 있다”는 말도 돈다.

현대백화점은 2020년 압구정본점 4층 전체를 ‘멘즈 럭셔리관’으로 바꾸고, 해외 패션 브랜드의 남성 매장을 잇달아 열었다. 지난해엔 프라다의 남성 매장 ‘프라다 워모’, 돌체앤가바나의 남성 매장인 ‘돌체앤가바나 우오모 스토어’ 등이 입점했다. 같은 층에 입점한 ‘랄프로렌 퍼플라벨’은 랄프로렌 최상위 라인의 매장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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