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한때 신사동, 압구정동, 논현동 등 강남 일대에는 성형외과 홍보용 전단지와 명함이 거리에 나뒹구는 시절이 있었다. 특히 지하철 역 앞 그리고 유동인구가 밀집된 강남 거리에는 늘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들이 전단지를 한 움큼을 쥐고 20대 여성이나 50대 남성을 가릴 것 없이 손에 쥐어주시곤 했다. 어쩔 수 없이 받았던 그 전단지는 이내 몇 미터 못가 길바닥에 버려졌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것 마냥 역효과 마케팅의 산물이었던 그 전단지가 지금은 온데 간데 사라졌다.
물론 강남일대의 성형외과가 갑자기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인생역전’의 before&after는 모두 플랫폼 속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성형 시·수술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전단지보다 커뮤니티나 앱을 켠다. 그래서인지 성형에 관한 정보를 담은 플랫폼은 날로 성장 중이다, 성형 역시 변화의 파고에 올라탄 셈이다. 하지만 인식의 변화는 언제나처럼 더디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병원 광고 해주는 곳’ ‘성형을 부추기는 곳’ ‘비용 덤터기 씌우는 곳’이라는 오해와 불신의 씨앗이 남아 있다. 2012년 ‘올바른 성형문화 형성’이라는 슬로건 아래 출범한 바비톡 역시 그 중심에 서 있다. 올해 설립 10년 차를 맞은 바비톡은 공격적 행보로 업계의 오해와 불신을 없앤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 물적 분할 이후 신임대표로 취임한 신호택 바비톡 대표는 서비스 고도화, 그리고 해외진출을 올해 목표로 꼽았다. 단순히 병원 광고판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플랫폼을 꿈꾸는 신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바비톡에서 부작용톡, 수실실 내 CCTV 공개 병원 인증 캠페인, 1분 닥터 등 독특한 서비스를 전개 중이다. 이런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바비톡의 부작용톡이나 대리수술안심존, 1분 닥터 서비스는 성형수술이나 시술을 고민하는 분들이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한 기능이다. 성형후기나 자유톡에서의 성형 정보 교류는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선택을 돕는다면 반대로 잘된 사례를 보고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는 시·수술 경험자의 경험·지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말 본인이 수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을 못할 수 있다. 만약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면 개인이 겪어야 할 고통은 너무 크고 회복도 어렵기 때문에 부작용톡 등의 서비스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과 사례를 공유해 판단하게 하는 서비스다.”
바비톡에는 유독 성형 후기와 이벤트가 많기로 유명하다. 셀프 성형 후기는 민감한 부분일 텐데, 많은 후기를 모을 수 있는 비결이 있나.
“실제 성형 시·수술 후기는 저희 서비스 이전 커뮤니티나 카페에서 이미 올라오고 있었다. 성형 후기는 우선 결과에 대한 궁금증과 경과별로 수술이 잘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바비톡의 경우 성형에 대한 질문 외에도 유저 간 커뮤니티가 활성화 돼 있어 보이지 않는 신뢰의 끈이 있다. 이 끈을 바탕으로 친구들에게 물어보듯 자연스럽게 후기를 공유하는 것 같다.”
‘과연 성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플랫폼···성형이 꼭 필요한 이들에게 정보 제공이 목표
바비톡의 슬로건이 ‘올바른 성형문화를 형성한다’이다. 어떤 의미인가.
“바비톡이 성형에 관한 서비스지만 늘 이용자들에게 ‘과연 성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지고 있다. 이런 고민이 저희 슬로건과 같은 맥락이다. 화장품은 사용하다 본인의 피부타입에 맞지 않으면 그만 쓰면 되지만 성형은 실패하게 되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성형이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바비톡이 돕는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기존의 불편함을 편리함으로 바꾼다는 의미가 있다. 바비톡과 같은 성형정보 플랫폼이 생겨나면서 기존 시장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용자 측면에서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찾기 힘들었던 정보를 한 번에 모아 볼 수 있다는 장점이다. 그리고 병원으로부터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우 상대적으로 약자 위치인 환자들이 바비톡을 통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겼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유저 친화적인 정책과 기능을 꼽을 수 있다. 부작용톡이나 CCTV안심존, 의사 소개 영상뿐만 아니라 바비톡 내 부정활동을 하는 일부 병원에 대한 강력한 제제 등 이용자 친화적인 운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될 수 있지만 이런 활동이 고객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서비스 가치가 제고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일부 병원에서는 이런 바비톡의 정책을 불편해하기도 하지만 저희는 올바른 성형문화 안착을 위해 올해 더 강화할 계획이다.”
그 맥락으로 봤을 때 ‘수술실 CCTV 공개 병원 인증 캠페인’은 병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더 나아가서는 의사협회 또는 정치권에서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어떤가.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저희 같은 플랫폼의 수입원인 병원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건 이용자들의 만족도다.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고 더 많은 이들이 바비톡에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누리신다면 그간 몇몇 병원에서의 좋지 않은 서비스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다.”
수술실 CCTV 공개 병원 인증 캠페인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바비톡 앱에 CCTV 설치돼 있는 안심 병원들을 모아 놓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 앱에 배너를 제작해 CCTV 설치 병원을 알리기도 한다. 아직 CCTV를 설치한 병원이 많지는 않지만 캠페인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물적 분할 이후 미용의료시장 선도 플랫폼으로 도약···‘올바른 성형을 위한 정보 제공’ 슬로건 아래 시·수술 사후 관리까지 영역 확대, 해외진출 모색”
지난해 5월 바비톡이 모회사 케어랩스로부터 물적 분할을 실시했다. 앞으로의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대표로서 어떤 계획이 있나.
“가장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바비톡이 미용의료시장에서 주도적인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미용의료 서비스 수요자 대상 플랫폼인 바비톡을 고도화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과 같이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한 정보 제공’이라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개인화 기능을 강화하고 병원 CRM 프로그램과 연동해 시·수술 사후 관리까지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고 병원 대상 플랫폼인 우노케어 병원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통한 유관사업으로의 사업 확장도 계획 중이다. 마지막으로 바비톡의 해외 진출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태국을 비롯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일본, 중국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이후 미주, 유럽, 중동 등 진출 국가를 확대할 생각이다.”
이전부터 해외 진출은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올해 다시 추진하는 건가.
“맞다. 2019년에 태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시장조사 등을 통해 법인설립까지 마쳤었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2020년 초에 태국 출장을 계획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미뤄지게 됐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야겠지만 올해를 분기점으로 다시 준비할 생각이다.”
첫 해외 진출국으로 태국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태국은 한국의 성형시장과 매우 흡사한 반면, 저희 같은 서비스가 없어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한국은 강남, 압구정, 신사 등 성형외과 밀집지역이 있는 반면 태국은 여기저기 분포돼 있고, 특히 쇼핑몰 내 입점이 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고,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태국 정부에서 동남아시아의 의료 허브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 앞으로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호택 대표, 2018년 COO로 바비톡 합류···2021년 CEO 취임 이후 공격적 행보
“바비톡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에 집중”
바비톡과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게 됐나.
“2018년에 COO로 합류했다. 이전에는 컨설팅 회사에서 전략 및 오퍼레이션을 5년 간 맡았었다, 대학 땐 창업 경험도 있다. IT분야 창업을 한 적이 있어서인지 IT 대기업에서 몇 번의 러브콜이 있었는데 가진 않았다.”
대기업 러브콜을 거절한 이유가 있나.
“음··· 뭔가 큰 회사는 저와 잘 안 맞는 것 같았다. 뭐랄까, 대기업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나 권한, 책임이 조금 작다고 느껴졌다. 작은 것부터 빌드업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에 더 큰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CEO로서의 부담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 현재 계획은 마케팅과 개발팀을 좀 더 강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나 조직 문화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바비톡이 성형을 권유하는 공간으로 보여 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이전 대표님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도 사실이고. 지론은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분들이 쓰길 원하지만 굳이 서비스가 필요 없는 분들은 안 썼으면 좋겠다. 늘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성형은 위험한 행위’라는 점이다. 바비톡은 그 위험한 행위를 권하는 서비스가 아닌 역기능들을 순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알리고 싶다.”
직접 리뷰를 체크하는 편인가.
“요즘엔 정신이 없어 잘 못 챙기지만 처음엔 하루 300개 이상씩 확인했다. 많이 달릴 땐 일일 700여 개 정도 후기가 올라온다.”
바비톡 내부에서 댓글 후기 조작하는 브로커&병원 적발,
한 달 간 노출 금지시키기도···유저들의 칭찬이 힘이 돼
기억나는 리뷰가 있나.
“얼마 전 후기와 조회 수를 조작한 브로커를 적발한 적이 있다. 일부 병원에서 브로커를 써서 댓글이나 후기를 조작해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팀이 적발해 한 달 간 노출을 중단했다. 병원을 비롯해 의사 정보, 후기, 댓글 모두 한 달 간 노출을 금지됐다. 병원 정보가 안 보이니 몇몇 분들이 궁금해 하시더라. 그래서 답변 드렸더니 잘했다며 칭찬과 응원을 해주시더라. 아주 기분 좋았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매월 브로커를 통한 후기, 댓글 등을 점검하고 있다.”
노출을 금지한 병원들의 반발은 없었나.
“처음엔 브로커를 잡았는데, 더 큰 문제가 돈을 주고 시킨 병원이라는 걸 알았다. 1차 경고를 했는데도 계속 하는 병원이 있더라. 병원 입장에서는 ‘우리가 빠지면 바비톡 매출에 영향이 있을 텐데, 설마 빼겠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2회 적발된 병원들을 한 달 간 노출 중단시켰다. 이후 반성문을 받고 한 번 더 반복되면 퇴출이라고 경고했다.”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강경책을 펼친 이유가 있나.
“그게 우리의 방향이다. 바비톡은 이용자들의 편에 서야 한다. 바비톡의 매출이 병원에서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병원의 입장에서만 대변한다면 우리 서비스는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 바비톡의 채용 계획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채용은 계속 진행 중이다. 물적 분할 이후 리더급을 채용했고, 그분들과 손발을 맞춰 바비톡을 이끌어 가실 분들을 채용 중이다,”
채용에도 핏(fit)이 맞아야 한다고들 한다. 바비톡의 인재상도 궁금하다.
“일에 몰입하는 사람이다. 본인의 업무, 그리고 회사에 몰입해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솔직함.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감정 없이 근거를 바탕으로 가감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조직과 사업은 성장한다고 믿는다. 스스로의 업무에 대해 남들에게 솔직하다는 건 맡은 바 책임을 다했을 때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더 나아가 바비톡에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타트업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탐험가 집단이라 생각한다.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더 많은 몰입과 노력이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통해 성장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물론 성장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경제적·심리적 보상도 큰 곳이기 때문에 도전을 추천한다.”
직원 한 명당 4인 가족에 1인 당 180만원 건강검진비용 지원···올해부터 부모 및 배우자, 자녀 모두에게 상해보험 지원
바비톡만의 차별화된 복지 또는 기업문화가 있나.
“바비톡의 임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층이라 복지제도도 건강을 테마로 구성돼 있다. 직원을 포함한 4인 가족에 대해 1인당 180만원 상당의 정밀 종합 검진과 월 2회 과일 바구니 배송, 일 15,000원 식대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부모, 배우자, 자녀를 포함한 상해보험과 영양제 구독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직원들에게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올해 목표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올해까지는 저희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위한 밑바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 창업한 이후 생존의 시기를 넘어 선 현재 앞으로를 위해 준비해뒀던 일들이 빛을 보지 않을까. 병원 관리 프로그램도 2.0 버전이 출시되고 하반기에는 좀 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 믿는다. 올해 목표라면 작년에 비해 20% 성장하는 것이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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